[기자24시] 단식을 끝내는 방식
"과거 야당 대표가 단식을 했을 때는 정부·여당 인사들이 사흘 안에 찾아와 단식을 만류했다." 14일 아침 국회에서 지나가다 마주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불쑥 내던진 첫마디다. 야당 대표가 열흘 넘게 단식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출퇴근 단식'을 운운하며 조롱과 비판을 가할 뿐, 단식장에 찾아와 만류하는 이가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단식장을 국회 앞 천막에서 당대표 회의실로 옮겼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의료진은 단식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병원에 실려가 강제로 단식을 끝내기 전까지 먼저 스스로 끝낼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빨리 단식장을 찾아 단식을 멈추도록 만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목숨을 건 단식을 지속하는 이 대표나 그를 향해 조롱을 쏟아내는 여당이나, 사실 속내에는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도층이 보고 싶은 정치 현장은 단식하고 이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상황을 풀어가는 모습일 것이다.
마침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표를 향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단식을 만류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김 대표가 단식장을 찾아 직접 이 대표에게 단식을 만류하는 손길을 내밀면 어떨까.
마침 민주당에서도 김 대표의 방문을 기다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명계 4선 중진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의 당대표가 찾아와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는 게 먼저"라며 김 대표의 방문이 이 대표가 단식을 끝낼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거 단식을 했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의 "정치의 도리는 일정 부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동철 정치부 sdchao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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