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높이는 정부… “집값 ‘숨 고르기’ 후 완만한 우상향 예상”
서울 주요 지역 중심으로 ‘강보합’
“공급부족 문제 커져... 집값 하락 없을 듯”
정부가 ‘영끌’ 주택 매수에 활용됐던 대출 상품 문턱을 일제히 높이기로 하면서 집값이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진 만큼 강남구 등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강보합(매수세 뒷받침으로 향후 상승 예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는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거나 주택가격이 6억원을 넘는 경우,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 그리고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우대형 공급’은 내년 1월까지 계속된다.
앞서 정부가 올 1월 출시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거래량을 늘리고 집값을 끌어올린 주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주택담보대출을 통합해 새로 만들어진 대출(1년 한시)로 출시됐다. 소득에 상관 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최대 5억원까지 대출 받아 살 수 있는 상품이다. 또 연 4%의 고정금리가 적용됐다.
이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지난 8월 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신청은 3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공급목표(39조6000억원) 대비 89.4%에 도달한 수치다.
특례보금자리론 중단과 함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기간도 10년 단축된다. 이렇게 될 경우 차주당 대출 한도는 수천 만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봉 6000만원의 직장인이 연 4% 금리로 비규제 지역 9억원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LTV 70%)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50년 만기를 적용했을 때 최대 5억1800만 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 반면 40년 만기를 적용하면 최대 대출금이 4억7800만 원으로 전보다 4000만원가량 줄어든다.
이러한 대출 완화 조치가 시장 회복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3000건을 넘어섰다. 집값 또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 째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11% 올라 16주 연속 상승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조달이 용이해졌는데 이는 지난해 침체 국면에서 나온 급매물을 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는 전고점 대비 90%까지 가격이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단기간으로는 숨 고르기장이 펼쳐질 것으로 봤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DSR 상품을 이용하려는 수요층에게는 사실상 자금 창구가 막힌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수요층이 빠져나가게 되면 거래량이 2분기 만큼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연초보다 급매물도 많이 빠진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공급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집값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화가 없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 동기(29만5855가구) 대비 29.9% 감소했다. 착공은 10만229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3082가구) 대비 54.1% 줄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8576가구로, 통계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집값이 단기적으로 숨고르기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급이 워낙 불안해 집값이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제한이 매매 거래 억제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공급 부족 전망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상당히 높다”면서 “남은 4분기에도 서울과 주요지역에서는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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