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현대판 쿠데타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9. 14.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학자 낸시 버메오에 따르면 '현대판 쿠데타'에는 기존의 군사정변을 통한 국가 전복 이외에 다섯 가지 방식이 더 있다고 한다. 행정부 쿠데타, 부정투표, 공약성 쿠데타, 행정권 과용, 전략적 선거조작이 그런 경우다. 이 중 '전략적 선거조작'은 선거 과정을 은밀히 조작해 겉으로는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실제론 판도를 교묘히 뒤바꾸는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소위 '민주주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언론이 특정 세력에 휘둘려 민주주의를 악용하는 '이해관계' 집단으로 바뀔 위험성이 높다는 게 버메오의 경고다.

최근 대장동 비리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대선공작' 의혹을 놓고 공분이 거세다. 의혹의 핵심은 김씨가 '대장동 몸통'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씌우려고 2021년 9월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나 허위 인터뷰를 한 뒤, 신씨가 자문위원으로 있던 인터넷 매체 N사가 대선 사흘 전 녹취파일 편집본을 공개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한 종편 방송사도 작년 2월 사실 확인 없이 비슷한 취지의 허위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자 거대 야당은 마치 사실인 양 "대장동 몸통은 윤 후보"라며 선거 막판까지 파상공세를 펼쳤다. 대장동 이권으로 거액을 챙긴 김씨와 배후 세력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권력을 창출하려고 대선판에 개입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치밀한 계략에 일부 언론사마저 놀아난 셈이다.

정파를 떠나 가짜뉴스로 선거판을 흔들어 정권을 도둑질하는 것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자 민주주의 근간을 짓밟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도 가짜뉴스 진원지인 일부 언론은 겸허한 반성과 사죄보다 '마녀사냥' 등 변명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언론은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 가짜뉴스를 거르는 '게이트 키퍼' 역할은 뒷전인 채 정권 찬탈을 노리는 정치 협잡꾼들의 얄팍한 꾐에 넘어가 '스피커' 노릇을 하는 잘못을 더 이상 해선 안된다.

[박정철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