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종섭 탄핵’을 어찌할꼬···국방위원들은 탄핵 반대 입장 표명

박순봉·신주영 기자 2023. 9.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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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장관이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교체한다고 발표하면서 탄핵 추진의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장관 교체기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도 고민의 지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탄핵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날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는 15일 최고위원회의로 판단을 넘겼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실제 탄핵 추진을 놓고는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 장관이) 사의 표명을 했더라도 탄핵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당내에는 최근 북·러 정상회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민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길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부터 이 장관 탄핵소추안 카드를 만지작거렸고,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이 장관 탄핵소추 추진을 공식화했다. 다음날인 12일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13일에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 후임으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했다. 탄핵소추 대상이 사의를 표명한 데다 교체될 상황이라 민주당으로서는 탄핵 추진의 실효성이 떨어지게 됐다. 지난 12일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키로 했던 민주당은 이날로 결정을 보류했고,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5일로 다시 연기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에 이 장관이 깊숙이 연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장관 교체 역시 외압 의혹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자르기’로 판단한다.

다만 실제 탄핵을 추진할 경우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과 만나 의견을 들었다. 안규백 의원은 박 원내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탄핵 절차와 방법 또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탄핵 소추 이후에 벌어질 여러가지 우려 사항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국방위원은 “정치적 카드로 고려하는 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남북 대치 상황이고, 국지전 정도는 언제든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국이 지금 시국인데 국방부 장관을 비워놓는 것을 우리가 주도한다? 이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일부도 탄핵소추 추진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곧바로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사퇴나 해임이 불가능하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부담이다. 한 중진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하고 국방부 장관 탄핵은 다르다”며 “요즘처럼 남북관계 긴장 상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 궐위 기간이 길어지면 안 될 거라는 게 (당내 일부) 여론”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장관은) 이미 국민에 의해서 탄핵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15일 최고위에서 지도부 내 논쟁이 벌어질 걸로 예상된다.

여권은 적극적으로 안보 공백을 부각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신 의원 장관 내정 발표를 오전에서 오후로 미뤘다. 신 의원을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해 장관 대행을 시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더라도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하는 대응책을 검토했다는 게 지연의 이유다. 대통령실은 안보 공백을 우려해 신 내정자의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 장관 사의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경우 역공의 배경을 만들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탄핵안을 두고 장군, 멍군하는 여야 간 수 싸움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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