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비례 병립형 환원은 촛불 배신”···국민의힘·민주당 ‘밀실 합의’ 비판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야4당이 14일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밀실 담합을 중단하라”면서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개혁을 주문했다.
야4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선거법 개악 저지, 야 4당 당대표-의원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를 저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야4당은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는 어떠한 후퇴 시도에 대해서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거대 양당이 똘똘 뭉쳐 다시 한번 선거제 개혁의 열망을 좌초시키려 한다”면서 “국회 안 밀실에 숨어 서로에게만 이득이 될 개악안을 내세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관계야말로 ‘적대적 공생관계’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환원은 촛불 시민에 대한 배신”이라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현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다당제 연합정치로 바꾸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다짐했다. 또 “거대 양당의 밀실 담합에 의한 선거제도 퇴행에 반대한다”면서 선거제 개혁 논의에 비교섭단체와 원외정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가 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에 투표하고 투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나누는 제도로, 지역구 의석과의 연동 여부에 따라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나뉜다.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로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몇 석이나 얻는지와 상관 없다.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얻지 못했다면 비례대표에서 그만큼의 의석을 채워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전체 의석이 300석일 때 A당이 10%를 득표했음에도 지역구에서 10석만 차지했다면 비례대표로 20석을 준다. 반대로 지역구에서 이미 30석을 차지했으면 비례대표는 1석도 주지 않는다.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소수정당에 유리한 제도다.
준연동형이란 지역구 의석과 연동하는 정도를 낮춘 제도다. 한국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한해 채워줘야 할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을 주는 준연동형을 적용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선거제 개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회견을 마친 야4당은 민주당 의원총회장 앞에서 기습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심상정·이은주·장혜영 정의당 의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병립형 회귀 정치개악 반대한다’ ‘비례성·대표성 파괴하는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악 중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민주당 의총장 앞을 찾았다. 이들은 “거대 양당 기득권 담합 병립형 회귀 반대한다” “거대 양당은 선거법 밀실 담합 중단하라” “촛불에 대한 배신이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 약속 이행하라” 등을 외쳤다. 이에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회견을 열고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병립형으로 가려면 비례대표 의석 대폭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병립형 회귀는 명백한 퇴행”이라면서 “국민의힘과의 합의를 명분으로 한 촛불 전 선거제로의 퇴행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제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면, 지역구 기득권 등 어떠한 기득권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노무현의 꿈, ‘국민 닮은 국회’로 가기 위한 여야 지도부의 선거제 개혁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문에는 총 55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성과 지역 균형성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지도부가 협상을 더 해나갈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이 원내대변인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측면이 있다’는 부분을 여러 분이 지적을 했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오늘 결론을 합의하거나 의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병립형은 국민의힘에서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병립형을 우리 입장으로 하는 것은 지금까지 정식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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