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늘었다…"기후변화 대응 경로 한참 이탈"

이재영 2023. 9. 14.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 18개 국제기구와 '2023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 발표
올해 상반기 온실가스 배출량 작년보다 증가…작년은 재작년보다 많아
향후 5년 사이 '역대 가장 더운 해' 나올 확률 98%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에 설치된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인류가 기후변화 대응 경로에서 한참을 벗어났다는 경고가 재차 나왔다.

예상되는 결과는 참담한데, 인류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는커녕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8개 기구와 함께 14일 '2023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United In Science)를 발표했다.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유엔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보고서로 매년 발표된다. SDGs는 인류가 2030년까지 이루기로 약속한 공통의 목표로 빈곤 종식 등 17개로 이뤄졌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지구는 기후 목표와 2030 의제를 달성하는 경로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라면서 "이는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로 이탈 폭을 각종 수치로 제시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지구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5도 높았다. 1.15도 가운데 1.14도가 '인간이 올린 온도'로 평가됐다.

올해는 6월까지 평균 지구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8±0.12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향후 5년 가운데 한해라도 2016년을 넘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확률은 98%, 연평균 지표면 근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은 해가 한해라도 나올 확률은 66%로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인류는 온실가스를 이전보다 더 배출하고 있다.

인류의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양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22년 406억t(톤)으로 2021년보다 1%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사그라지면서 항공 분야를 중심으로 석유 사용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발전과 내수 분야 배출량은 줄었지만, 산업과 운송 쪽 배출량이 늘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는데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두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각 30%와 45% 감축해야 하는데 인류는 거꾸로 걸어간 셈이다.

폭풍우로 리비아 동부 도심서 발생한 홍수 (알마르즈[리비아] AP=연합뉴스) 폭풍우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도시의 거리가 11일(현지시간) 침수돼 있다. 리비아 동부의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실종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2천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재해 지역을 지정하고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2023.09.12 besthope@yna.co.kr

지금도 기후변화 결과가 수치로, 또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극한 기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극 해빙 면적은 1850년 이후 최소 수준이다.

2018~2022년 평균 9월 북극 해빙 면적은 1991~2020년 평균보다 100만㎢ 가까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엔 북극에 사실상 얼음이 없는 상황이 2050년이 되기 전 최소 한 차례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올해 나타난 극한현상으로는 역대 최장인 5주 이상 세력을 유지하며 아프리카 동남부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앗은 사이클론 프레디, 중국 베이징에 7월 29일 밤부터 8월 2일 아침까지 744.8㎜라는 140년만 최대치 폭우를 쏟아낸 태풍 독수리, 미국·멕시코·유럽·북아프리카·중국 등의 이상고온을 꼽았다.

보고서는 "1970년부터 2021년까지 날씨·기후·물 관련 극한현상에 기인한 재난이 1만1천778건 보고됐으며 이 재난들로 인해 208만7천229명이 숨지고 4조3천억달러(약 5천699조)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사망자 90%와 경제적 피해 60%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아테네 북쪽 산 휘감는 불기둥 (아테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산불이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쪽 파르니타 산을 집어삼키고 있다. 바실리스 키킬리아스 기후위기 민방위부 장관은 지난 금요일부터 그리스 전역에서 35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전날 밝혔다. 2023.08.24 clynnkim@yna.co.kr

기후변화는 SDGs 달성도 방해하고 있다.

SDGs 중 15%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대표적으로 기아 해소와 관련해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2030년에도 약 6억7천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됐다. '물과 위생의 보장 및 지속가능한 관리'와 관련해서는 물 스트레스가 '높음' 또는 '극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이 현재 3억8천만명(26개국)에서 2030년 4억7천100만명(29개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폭염 등 극한 기후 현상과 도시화가 결부되면서 질병과 조기사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됐다.

보고서는 즉각적이고 전례 없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90%를 배출하는 166개국의 2022년 9월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하면 파리협정을 달성하는 데 못 미치며 최근 9개월 사이 새로 제출된 목표들을 고려해도 뚜렷한 차이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추가 행동 없이 현재 목표만 추구한다면 이번 세기 내 지구 온도 상승 폭이 2.8도에 달할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기후예측이나 조기경보시스템 등 과학을 활용해 극한 기후 현상의 영향을 제한함으로써 SDGs를 달성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3년은 기후변화가 현재의 일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면서 "해결책의 중심은 과학"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18개 기구와 공동으로 발간한 '2023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 [WM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ylee24@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