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인데… 곳곳서 “가이드라인 언제 나오나요” 혼란

김송이 기자 2023. 9. 14. 16: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일부터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규정 모호한데… 안내서 초안 9월말 예정
현장선 “개정법 따르지 않는 게 속편해”

서울의 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 기업 개인정보 담당자 A씨는 한동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따르지 않을 생각이다. 서비스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어디까지 수집 가능한지 불명확해서다. A씨는 “최근 다녀온 개정법 관련 강의도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하던 대로 정보수집 동의 절차를 거치길 권유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15일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다. 개정안은 두 차례로 나뉘어 시행되는데, 15일에는 ▲정보통신서비스 특례정비, 이동형 영상기기 규정 ▲동의 받는 방법 및 추가적인 이용·제공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 분쟁조정제도 절차 ▲공공시스템운영기관 특례 등 안전성 확보 조치 ▲국외 이전 및 중지 명령 ▲과징금 부과기준, 공표명령 등이 우선 시행된다.

현장에선 모호하고 포괄적인 규정이 많아 보다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안을 요구했지만, 크게 달라진 부분 없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일선 기업, 기관의 개인정보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돼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배포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다.

개인정보 담당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동의 받는 방법 및 추가적인 이용·제공’이다. 개정법에서 형식적인 개인정보 수집 동의 절차가 개선돼 기업·기관이 이용자와의 계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 개인정보 담당자들의 자율성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담당자들은 ‘필요한 경우’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토로했다. 한 IT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필수 동의 부분이 사라지면서 개인정보 처리자가 마음대로 정보수집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어느 부분까지 동의 없이 수집 가능한지 애매하다”면서 “처리자 입장에서는 유출사고 등 개인정보 관련 문제 발생을 대비해 책임소재가 분명해야 하는데 지금은 의문점 투성이”라고 했다.

이동형 영상기기 규정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개정법에서는 드론, 자율주행차의 영상 촬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앞으로 업무를 목적으로 촬영하는 경우 안내판, 소리 등을 통해 촬영 사실을 알린 뒤 정보 주체의 거부 의사가 없다면 촬영이 가능하다. 온라인을 활용해 촬영 사실을 공지할 수도 있다.

한 차량 렌탈 업체 관계자는 “렌탈되는 차량에 부착된 블랙박스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블랙박스에서 차량 밖을 바라보는 부분은 이동형 영상기기에 속하는데, 촬영 사실을 알려야하는지, 알리면 어떻게 알려야하는지 모르겠다. 개보위에서 문의해도 분명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지난 13일 개보위가 민간분야를 대상으로 진행한 개정안 설명회에서도 이어졌다. “개인한테 차량을 판매한 업체가 업무 목적으로 차량에 장착된 영상 장치에서 촬영된 내용을 수집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라는 한 개인정보 담당자의 질문에 개보위 관계자는 “이동형 영상기기에 해당되는데, 촬영 사실 알림방법은 연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장의 개인정보 담당자들은 개정법에 대한 개보위의 대처 속도가 느리다고 비판했다. 한 민간분야 개인정보 담당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긴 안내서를 시행 전에 발간했으면 현장에서의 혼란이 확 줄었을 것”이라며 “개보위도 많이 연구하고 논의했겠지만, 설명회 같은 자리도 시행 이틀 전에 하는 건 너무 안일한 대처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개보위는 연말까지 개정안을 홍보와 계도 활동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은 달라지는 내용이 많아 현장에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조치해야 할 사항이 많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 개보위는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서는 이달 중으로 초안을 마련하고, 연말 최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