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금빛 희망, 신유빈[항저우, 주목 이 선수]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진천선수촌에선 분홍빛 유니폼 차림의 선수들이 꽁무니에 수건을 매달고 탁구대 사이를 내달렸다. 여자탁구대표팀이 훈련을 시작할 즈음이면 몸 풀기로 하는 수건꼬리잡기였다. 절반씩 편을 갈라 지는 팀은 벌칙처럼 스쿼트를 하는데 놀이와 훈련이 결합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 한참 어린 동생들과 놀아주느라 지친 맏언니 서효원(36·한국마사회)은 “동생들이 언니들과 노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웃었다.
언니들을 웃게 만드는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가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는 신유빈(19·대한항공)이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의 미래로 떠오른 그는 중국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조금씩 두드리고 있다. 여자 단식에선 작은 실금도 만들기 쉽지 않지만, 동료들과 힘을 합치는 복식에선 희망이 보인다.
신유빈은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호흡을 맞추는 여자 복식에선 중국도 신경쓰는 위치로 올라섰다. 두 선수의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복식 랭킹은 무려 1위. 띠동갑 듀오는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당시 1위인 중국의 쑨잉사와 왕만위를 3-0으로 누르며 은메달을 목에 걸으며 랭킹까지 빼앗았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결승에 오른 것은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의 양정자와 현정자 이후 36년 만의 경사였다. 마침 이번 아시안게임은 복식도 따로 금메달이 걸린 만큼 금빛 희소식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짜여진 셈이다.
신유빈은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루 하루 노력한다. 그 노력으로 승률이 1%씩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금메달을 정말 따낼 확률을 얼마나 갖췄는지는 아직 비밀”이라고 웃었다.
신유빈의 비밀은 아시안게임 전초전이었던 이달 평창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다. 메달권인 4강에서 쑨잉사와 왕이디에게 1-3으로 패배해 동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매 세트마다 한 걸음 차이로 승패가 갈렸을 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선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다. 탁구 복식은 두 선수가 번갈아 공을 쳐야 하는데, 두 선수의 오른손(신유빈)과 왼손(전지희) 조합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동선이 꼬이는 같은 손 조합이 많다.
전지희가 복식에 전념하기 위해 아시안게임 단식 출전을 포기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중국에서 귀화한지 13년째인 그는 어린 시절 넘어설 수 없다고 여겼던 라이벌들과 같은 위치에 올라선 것에 고무됐다. 전지희는 “(신)유빈이라는 좋은 짝을 만난 나의 복”이라며 “나만 잘하면 유빈이와 함께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언니의 칭찬에 손사래를 친 신유빈은 “언니 덕에 나도 힘이 난다. 훈련 효과가 계속 나오니 신바람이 난다”고 화답했다.
신유빈은 또 다른 짝인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함께 도전하는 혼합 복식도 금메달이 기대된다. 두 선수 모두 힘있는 한 방이 무기가 경쟁력이다. 임종훈은 “유빈이는 이제 못 하는 기술이 없다. 심리적으로도 잘 대처한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혼합 복식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과 단식, 복식 두 종목까지 쉴 새 없이 달려야 하는 신유빈은 남은 과제가 체력이라 여기고 있다. ITTF 랭킹 관리에 힘쓰다보니 체력 훈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일각에선 마일리지 랭킹만 신경쓰다는 비판 아래 훈련 부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신유빈의 랭킹이 높을 수록 유리한 시드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헛된 노력은 분명히 아니었다. 중국을 최대한 늦게 만들어야 메달의 색깔이 달하지는 게 현실이다.
신유빈은 “모든 선수가 똑같은 입장”이라면서 “이런 어려움조차 하나의 추억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체력에 더 신경을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민 거리였던 중국제 탁구대에 대한 경험 부족도 해결됐다. 아시아선수권에서 기존 탁구대보다 반발이 낮은 문제점을 인지한 뒤 진천선수촌에 공수해 훈련을 시작했다. 오광헌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은 “대한탁구협회와 대한체육회가 도움을 주셨다”며 “아시안게임에선 또 다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유빈은 “아직 내가 부족한 선수라는 사실은 잘 안다. 그래도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 앞으로 지는 경기도 많겠지만, 더 많은 경기를 이기면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진천·평창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전문] 홍석천 송재림 애도 “형 노릇 못해 미안해”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빈지노♥미초바 득남, 옥택연·로꼬·김나영 등 축하 물결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홍현희, ♥제이쓴과 결혼하길 잘했네 “인생 완전 달라져” (백반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