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쓰러졌던 'K라면 원조'…환갑에 매출 1조클럽 전망[하수정의 티타임]

하수정 2023. 9. 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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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9월15일 국내1호 삼양라면 '60살'
"삼양식품 올 매출 1조원 넘어설 것"
우지파동 ·외환위기 이겨내고 기사회생
"제 2의 불닭볶음면 개발 과제"
1963년 탄생한 삼양라면 초기 제품사진 / 사진= 삼양식품


“하늘이 도왔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인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삼양식품의 60년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굴곡지다. 

우지파동과 화의를 거치며 불과 10년 전까지도 생존을 두려워했던 삼양식품은 현재 전세계에 매니아를 거느린 ‘핫’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흑역사 떨치고 기사회생

삼양식품은 15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올해 매출 1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1963년 9월 15일 출시한 지 60년, 환갑을 맞아서다. 

삼양식품 내부에서조차 “60년 중 절반 이상이 흑역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던 과거에 비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부활의 일등공신인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090억원으로 6년 만에 2.5배 늘었다.

1980년대 사회를 뒤흔들었던 우지파동는 검찰에 날아든 의문의 투서에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멀쩡히 사용되고 있는 2,3등급 정제우지가 한순간에 ‘공업용 우지’로 둔갑돼 가짜뉴스가 퍼졌다. 정제우지를 사용한 삼양식품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공장은 석달간 문을 닫았고 직원 4분의 1인 1000명이 썰물처럼 떠나갔다. 사건발생 7년 9개월만인 1995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삼양식품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명예는 실추되고 영업기반은 붕괴된 뒤였다. 설상가상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삼양식품은 1998년부터 7년간 화의 절차를 밟았다.

 ○고비때 찾아온 부활의 모멘텀

사진= 연합뉴스


삼양식품은 고비 고비마다 절묘한 타이밍에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2012년 4월에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2014년, 2015년 유투버 ‘영국남자’에 우연히 소개됐다. 2015년 삼양식품이 당기순손실에 접어든 때였다.

이후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의도치 않게 홍보대사가 돼 줬고 외국인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불닭 챌린지’를 퍼뜨렸다. 당시 마케팅비가 없었던 삼양식품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글로벌 광고효과를 누렸다.  

특히 삼양식품이 지난해 2400억원을 투입해 밀양에 30년 만의 신공장을 세운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대형 식품사들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웠지만 삼양식품은 국내를 택했다. 밀양공장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K라면’ 수요에 맞춰 제때 공급을 확대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환율도 삼양식품 편이었다. 다른 라면업체들과 달리 해외 매출이 전량 수출 형태로 발생하는 삼양식품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수혜를 입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삼양식품이 ‘운 좋다’는 평가를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성공은 어쩌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 직원들이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세계 모든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맛봐야했던 연구원 일부는 위에 탈이 나 약을 복용하면서까지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닭볶음면을 수출하기 위해 김 부회장은 1년 중 서너달은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현지 거래선을 뚫었다. 

 ○지속가능한 백년기업 목표

삼양식품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자리잡는 게 목표다. 과제는 있다. 불닭볶음면의 의존도가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는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추가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조화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굴곡진 역사 탓에 직원의 물갈이가 많았고, 최근에는 외부 수혈이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며 “불닭볶음면에 기여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간 불균형도 조율해야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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