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 이용해 6억원 뜯은 택배기사와 여친…항소심서 감형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택배견 경태'를 이용해 얻은 유명세로 후원금을 가로채고 잠적했던 전 택배기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4일 서울동부지법 1-3 형사항소부(재판장 소병석)는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전 택배기사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30대 여자친구 B씨는 원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징역 3년으로 감형받았다. 또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명령도 취소했다.

'택배견 경태'를 이용해 얻은 유명세로 후원금을 가로채고 잠적했던 전 택배기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택배기사로 일하던 지난 2020년 12월 몰티즈 견종 '경태'를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며 유명세를 얻어 '경태아부지'로 불렸다.

이후 A씨는 B씨와 또 다른 반려견 '태희'의 병원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SNS 팔로워에게 돈을 빌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총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로부터 약 6억1000만원을 챙겨 잠적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후원금을 인터넷 도박, 생활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B씨였지만, 인스타그램 계정은 A씨의 명의로 개설됐고 입금 계좌 역시 A씨의 명의였다"며 "편취 금액 대부분이 A씨 계좌로 입금됐고, 피해자들이 입금할 때마다 받았다는 취지로 답 한 바 있어 공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려견을 아끼는 선한 마음을 이용, 반복적으로 금원을 편취한 점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으며 피해 금원을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이날 B씨는 갓난아기를 안은 채로 재판에 출석했다. B씨는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겠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허가 받은 사이 한 차례 도피한 전력도 있다.

재판부는 "편취금액 대부분이 A씨의 계좌로 입금됐다가 B씨에게 바로 이체 된 점, B씨 단독으로 4억8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등에 비춰 B씨의 죄질이 더 무겁다" 면서도 "피해금액의 상당 부분을 변제함에 따라 일부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이외에도 동물보호단체에 4000만원을 기부했다. 또 동종범죄 전력이 없고, 보호해야 할 어린 자녀가 있는 사정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경태'는 대구의 B씨 가족에게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