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날 억까하네”…유방암 치료제 소용없게 만드는 DNA라니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9. 14. 1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네덜란드 암연구소 공동분석
유방암 치료제인 ‘mTOP 억제제’ 투여후
유전자 MYC 증폭되면 면역세포 침투 못해
유방암 치료제의 활동을 무력화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빈진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는 네덜란드 암연구소의 로드윅 웰세스(Lodewyk Wessels) 교수와 함께 유방암 치료제 ‘mTOR’ 억제제에 대한 저항성 인자를 규명했다.

mTOR는 세포의 주기 조절, 성장 등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정상 수준의 mTOR는 세포 발달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상태에선 세포 내 암 신호전달 통로로 바뀌어 암 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이러한 기전에 입각해 개발된 mTOR 억제제는 세포의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유방암, 신장암,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표준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mTOR 억제제도 여타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장기 처방 시 암세포가 후천적으로 저항성을 획득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저항성이 생기면 약을 투여하더라도 암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없어 치료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사진 출처=연합뉴스TV]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mTOR 억제제의 저항 매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암세포 주위에 면역세포, 기저세포 등이 존재하는 인체 환경을 최대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생쥐를 활용했다. 사람에게서 실제 암이 생성되는 과정을 모사한 후 유전자 변이를 통해 생쥐에서도 자발적으로 유방암이 발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후 암이 생긴 쥐에 mTOR 억제제를 장기간 투여했고, 저항성이 발생할 때 시료를 채취해 다중오믹스 연구기법으로 전체 유전자와 단백질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MYC’라는 유전자가 mTOR 억제제에 저항성을 획득한 암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증폭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mTOR 억제제의 주된 기능인 단백질 번역 억제 효과를 상쇄시키고 암세포 주변으로 면역 세포가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것이 관찰됐다. 이에 연구팀은 시험관 실험, 동물 실험 등을 통해 MYC 유전자가 실제로 mTOR 억제제에 저항성을 유도하는 것을 입증했다. 더 나아가 mTOR 억제제를 처방받은 유방암 환자에서도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빈 교수는 “MYC가 생체 내에서 mTOR 억제제의 주요 저항인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실제 유방암 환자 데이터에서 연관성을 입증함으로써 MYC가 mTOR 억제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MYC 유전자와 단백질의 정량적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mTOR 억제제의 약효가 들지 않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은 기초의학연구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게재됐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