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탄핵!”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민주당 지도부
‘대통령·검사·국방장관 탄핵’
박광온 “검사 탄핵 의견 수렴”
이재명 대표도 단식 7일 차에
“국민 뜻 반하면 끌어내려야”
강성층 목소리 그대로 반영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탄핵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과 맞물려 ‘우리도 강하게 싸워야 한다’ ‘우리도 갚아주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강성 지지층의 요구는 민주당 지도부의 대여 노선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당 온라인 청원 제도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서 14일 기준 동의율 1위(2만7000여명)를 차지한 ‘이 대표 단식 중단 촉구’ 청원에는 “각 지역구 의원님께 검사 탄핵에 앞장서 달라고 요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사 탄핵에 반대하는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 요청’ 청원도 서명자 2만명을 넘겨 동의율 2위를 차지했다. 이 청원자는 “검사 탄핵, 국방부 장관 탄핵 반대하는 의원들 명단 공개 요청한다”며 “이 시국에 검사 탄핵 제동 걸면 저들과 한통속”이라고 주장했다. 동의율 3위는 ‘윤석열 국정운영 권한을 직무 정지시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그 뒤를 이어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탄핵 발의하고 탄핵에 전원 동의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4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친이재명(친명)계 의원 일부가 주장하는 ‘검사 탄핵’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난번에 김용민 의원이 얘기한 검사 탄핵과 관련해서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비리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에서 검사들의 이 대표를 향한 피의사실공표를 비판하면서 “검사 탄핵감”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원외 정치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당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국무위원 전원 해임건의안과 비리 검사 탄핵소추안에 대한 찬반을 조사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과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로 15일째를 맞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과 맞물려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자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면, 당은 풀파워 스윙이라도 해야 한다”며 “번트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적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 여론이 무르익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소수 의견에 그치지 않고 당 지도부 전략에도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단식에 돌입한 뒤 지지자들의 윤 대통령 탄핵 요구에 호응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단식 7일 차였던 지난 6일 “링 위에 올라간 선수들이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해임건의, 탄핵소추, 특검도입법안, 국정조사 등 강경 노선을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책임을 물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사의 표명 여파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당론 채택 논의가 지연되자 이 대표 측은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위헌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추진도 검토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7일 SNS에 김 장관의 ‘국민이 모두 주권을 행사하면 무정부 상태로 간다’는 발언을 인용한 뒤 “위헌적 발언으로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6일에도 ‘1 특검·4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특검법안과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방송장악·오송참사·잼버리 파행 관련 국정조사다.
국민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는데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 지지자들만 보고 갔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민심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탄핵을 너무 남발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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