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첫날…"열차 취소, 입석도 겨우 구해"
"불편 초래 일방적 SRT 노선 확대가 불법"
역 대합실에는 여기저기 긴 줄이 만들어졌다. 중앙 안내데스크에서 열차 운행을 확인하고 승차권을 다시 구매하기 위해 무인발매기 등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열차표를 구하려고 카페 등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노력에도 표를 구하지 못해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남자친구와 경주 여행을 위해 나온 김모씨(30)는 "오전 10시 열차가 취소됐다. 경주에서 일정이 있었는데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며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목포행 열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을 찾은 60대 서모씨는 "철도 파업으로 열차가 취소됐다고 해서 11시에 도착했다. 어렵게 1시에 출발하는 입석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며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약속에 늦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친정을 가기 위해 익산행 열차를 타러 나온 60대 최모씨는 "파업으로 입석 밖에 구할 수 없어 처음 입석을 타게 됐다"며 "파업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파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 불편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 중인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도 볼 수 있었다. 다만 교통대란까지 확대되진 않았다.
청량리역을 찾은 권모씨(64)는 "아침에 출근할 때도 그렇고 평소보다 전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불편하다"고 언급했다.
80대 B씨도 "평소보다 열차가 뜸하게 온다"며 "사람들 발을 묶어 놓고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파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파업 기간 동안 출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 운행률을 90% 이상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열차 지연 사태 등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출근 시간 외에는 평시의 75% 수준을 유지하고 KTX의 경우 대체 인력을 우선 투입해 68% 운행한다.
철도노조는 "철도 쪼개기 중단하고 수서행 KTX 운행하라", "철도 노동자 총단결로 총파업 투쟁 승리하자" 등의 구호도 외쳤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 24일부터 진행한 준법투쟁을 연기하면서까지 대화와 교섭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 국토부는 명분 없는 파업이라며 불법 딱지를 씌우려 안간힘을 쓰지만 우리 파업은 절차, 목적 등 모든 면에서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무리하게 경부선, 호남선 열차를 추진하면서 SRT 노선을 확대하는 국토부의 일방적 행태가 불법"이라며 "이번 파업은 경쟁 체제 유지냐, 국민 편익 확대냐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발언에 나선 박인웅 부곡기관차승무지부장은 "적자 해소, 효율성으로 포장해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지만 국민이 얻는 이익이 없다"고 전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20년 동안 철도노조가 싸우지 않았다면 KTX 요금은 두, 세배로 오르고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진작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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