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기념사진·회식에 특활비 썼다”…뉴스타파, 압색 당일 전국 검찰청 사용처 발표

강연주 기자 2023. 9. 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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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검증 취재단, 세부 사용처 첫 공개
광주지검 장흥지청 기념사진·공기청정기
송인택·공상훈 지검장, 퇴임 전 몰아쓰기
“특활비 무단 폐기 검찰청 압수수색하라”
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과 뉴스타파를 비롯한 6개 언론으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검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수사 및 기밀활동에 쓰여야 할 검찰의 특수활동비 일부가 검사들의 회식비나 기념사진, 공기청정기 대여 비용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활비의 세부 용처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3개의 시민단체와 전국 6개 언론사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취재단)’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스타파 정문 앞에서 전국 67개 고검·지검·지청에서 사용한 특활비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당초 뉴스타파 지하 1층 리영희홀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오전부터 시작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뉴스타파 본사 5층 뉴스룸에 위치한 한상진·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의 소유물을 압수수색했다.

취재단은 전국 65개 검찰청(2017년 기준) 중 56개 검찰청의 특활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4곳의 검찰청에서 2017년 1월~8월 특활비 증빙자료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7년 9월 전까지는) 2개월마다 (특활비 증빙) 자료를 폐기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원칙”이라고 했는데, 이 14개의 검찰청들은 2017년 9월 이전 특활비 지출 증빙자료도 부실하게나마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는 “부산지검과 부산지검 동부·서부지청의 경우 지출영수증, 간이영수증 정도는 보유하고 있었다”며 “부산지검 관계자들은 이러한 회계 서류가 보존 연한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보존 연한 전에 폐기하려면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방검찰청의 입장을 고려하면, 2017년 9월 이후부터 특활비를 잘 관리해왔다는 그간의 검찰 해명이 특활비 관리 비난을 모면하려는 임사방편용 해명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과 뉴스타파를 비롯한 6개 언론으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검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특활비가 수사와 무관하게 쓰인 사례도 확인됐다. 특활비는 수사나 정보에 쓰인다는 이유로 지출 증빙을 폭넓게 면제해 왔는데, 일부 수사와 무관한 지출이 드러난 것이다. 광주지검 장흥지청이 대표적인 예다. 취재단에 따르면 장흥지청은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검사실 두 곳의 공기청정기 렌탈비를 특활비로 지출했으며, 매달 6만9800원씩 8개월간 총 55만8400원을 특활비에서 썼다. ‘기념사진 비용’도 특활비에서 나갔다. 장흥지청은 지난해 3월3일 지청장 등 검찰 간부들의 전출 등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고, 이 명목으로 10만원의 특활비를 지출했다.

취재단이 검찰청을 방문해 특활비 자료를 수령할 때 검찰 관계자는 ‘특활비는 검사실 회식비나 격려금 형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박 기자는 “한 지방 검찰청에 청구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나온 발언이었다”며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다수의 검찰청에서 특활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일부 지검에서는 지검장의 퇴임을 앞두고 특활비가 한꺼번에 지출된 사례도 발견됐다. 취재단에 따르면 2017년 7월19일 퇴임한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의 경우 그 해 7월1일부터 18일까지 1900만원의 특활비를 지출했다.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도 퇴임한 달인 2018년 6월 총 4179만원의 특활비를 썼다고 한다. 박 기자는 “공 전 지검장은 후임 검사장이 갖는 (특활비 배분) 생각이 다를 수 있어서 특활비를 넉넉히 남긴 것이라고 해명했고, 나머지 지검장들은 ‘해당 검찰청에 물어보라’고 입장을 줬다”고 전했다.

취재단은 이날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을 향해 “특활비를 무단으로 폐기한 검찰청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검찰청에서 특활비 증빙자료를 불법적으로 폐기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불법”이라며 “검찰이 불법이 있는 검찰청을 압수수색하지 않고 언론에 대해서만 압수수색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14개 지방검찰청에서 2017년 9월 특활비 증빙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이유에 대해 “2017년 9월 제도 개선 이전까지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있다가 제도 개선이 되면서 기존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일 뿐”이라며 “검찰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보존・관리하고 있는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극히 일부 소규모 청에서 예산항목을 오집행한 소액의 지출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 교육,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검사장이 연말이나 퇴임 전에 특활비를 몰아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모두 수사 등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사부서에 배정되어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되었고, 지난 정부에서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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