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에 ‘거리두기’ 중국···북·중·러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중국은 ‘국제 왕따’ 아닌 글로벌 일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러 밀착의 밑그림을 한층 구체화했다. 군사·경제협력과 ‘제국주의 반대 투쟁’ 연대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양국 공조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북·러 밀착에 중국까지 가세해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로 구조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게 된 배경은 북·러의 전략적 목표와 국가이익이 서로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강행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각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왕따’ 처지다. 국제사회의 고립화 정책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우군 확보가 절실하다. 또 러시아는 전쟁에 투입할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이,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실현해줄 러시아의 첨단 기술과 원유·식량 지원이 절실해 양국 간 수요·공급이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중국의 상황은 다르다. ‘북·중·러’ 진영으로 묶이면 미·중 갈등을 심화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어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중국으로선 미국 등 서방국가가 ‘국제 왕따’ ‘불량 국가’로 분류하는 북·러와 동일 선상에 있을 이유가 없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넓은 소비 시장을 활용해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북·러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중국은 진영 대립을 통한 신냉전 체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양 책임연구원은 “반면 러시아는 북미와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라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길 원하고, 북한도 이런 구도 속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러 정상회담에는 양국의 군사적 필요뿐 아니라 북중러 연대를 구축하고자 중국을 압박하는 의도가 담겼다고
실제로 중국 정부는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북·러 간의 일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반면 러시아는 북·중·러 3자 해상훈련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연대에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보내 북·러 군사협력의 시동을 걸었다. 당시 중국은 군 인사가 아닌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급)을 보냈다.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행사에도 농업·인프라·보건 등을 담당하는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파견했다. 북한과 협력은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요청한 군사지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러시아와 공고한 관계를 활용해 중국의 막대한 영향력을 조정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3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조·로(북·러)관계를 대외 정책에서 제일 최중대시하겠다”면서 북·중관계 보다 앞세웠다. 북한 내 사용되는 에너지와 소비재의 80~90%, 부족한 식량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러의 밀착이 새로운 기회보다 압박이나 고민거리로 느껴질 수 있다. 중국은 북·중·러 3각 진영 연대, 특히 군사적 협력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북·중, 중·러 등 양자 협력은 꾸준히 추진하면서 한·미·일 협력 강도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오는 18일 러시아를 방문해 중·러 외교장관 회의를 한다. 푸틴 대통령은 내달 중국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도 북·러 공조가 북·중·러 연대로 구조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14일 “구 냉전 때는 미국과 소련 블록이 완전히 분리됐지만 신냉전 체제 속 중국은 (전 세계와의) 상호 의존성이 굉장히 심하다”면서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가담하면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장호진 외교부 차관도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국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압도적 영향력을 굳이 러시아하고 나눌 필요가 없고, 러시아의 경우, 북한에 대한 입장이 중국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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