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 답방 제안에 푸틴 수락…북·러 셔틀외교로 군사밀착
金전용열차, 군수산업도시로 떠나
전투기·잠수함 생산공장 ‘무기순례’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장소인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떠나 러시아 극동 지역 핵심 군수산업도시로 향해 ‘무기 순례’에 나섰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북러정상회담 관련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이어진 만찬이 끝난 뒤 푸틴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정중히 초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북러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변함없이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직후 현지 취재진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답방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측 최선희 외무상과 이른 시기에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측 외교장관이 이르면 내달 초 북한에서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라브로프 장관은 내달초 평양을 방문해 최 외무상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 후속조치와 푸틴 대통령의 평양 답방 문제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 전황이 푸틴 대통령의 답방 여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북측의 무기 공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이런 기여가 전쟁 판도를 유리하게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면 푸틴 대통령이 보답 차원에서라도 평양 방문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군사 분야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전쟁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답방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지발 외신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약 1170㎞ 떨어진 하바롭스크주의 산업도시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러시아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Su)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잠수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도 시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사정찰위성 및 우주발사체와과 함께 공중·수중 전력 확충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김 위원장의 희망이 반영된 행보로 읽힌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곳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가운데 양국 간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의 세부적 내용이 논의될 가능성도 크다.
대통령실 “러, 北무기 우크라戰 활용 확인해”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직전인 지난 6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하며 핵추진잠수함 도입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귀국길에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모항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도 방문해 러시아측 해군 전력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러시아 극동지역 최대 교육·연구 기관인 극동연방대학교도 4년 5개월 만에 재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북러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군사 분야 협력 등이 현행 대북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국 TV채널 ‘로시야-1(러시아-1)’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이 같이 답변하며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러 협력에) 일정한 제한이 있다. 러시아는 이 모든 제한을 준수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협의할 수 있는 것들은 있으며 이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얻는 것 외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지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제공한 무기의 종류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에 (의해) 쓰였다는 것은 매우 오래전부터 저희가 확인해온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측 무기가 현재 러시아에 공급되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보사항이라 말하긴 좀 그렇다”면서도 이처럼 답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 201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호에 위배된다.
안보리는 2270호 5항에 ‘위성발사 또는 우주발사체를 포함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어떤 형태의 기술협력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전날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대북제재 위반인 셈이다.
현행 대북제재는 북한과 개인화기를 비롯한 모든 무기 거래를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있어, 북한과 총·포탄을 단 한 발이라도 주고받는 행위는 모두 제재 위반이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둘러싼 비난은 확산될 전망이다.
한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북러 양측을 비판했다. 김 장관은 서울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러시아와 북한은 스스로 고립과 퇴보를 자초하는 불법 무도한 행위를 그만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등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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