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장기화'의 나비효과…데면데면했던 북러, 밀착으로

김정은-푸틴 회담, 미묘한 시점에 성사…서로가 가장 필요할 때 만나
러시아에 북한이 과거보다 더 중요한 존재로 부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 전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9.1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사건이 러시아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쳐 결국 북러가 밀착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과거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회담이 북러 서로가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하는 미묘한 시점에 성사됐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더 많은 재래식 무기와 탄약이 필요한 상황이며, 북한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김 총비서는 고립된 상황에서 식량과 연료, 현금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첨단 군사기술을 원하고 있다.

NYT는 "이러한 점은 소련 해체 이후 북한이 가난하고 골치 아픈 파트너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북한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 제공뿐만 아니라 '서방 패권에 저항하는 러시아를 지원하겠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제 전쟁은 러시아 외교정책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는 패권(헤게모니)에 맞서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며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할 것"이라 약속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내렸을 때 북한은 지지를 선언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으며 북한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미국 등은 쇼이구 장관이 아무런 목적 없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무기를 거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봤다.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이번 회담은 2019년 회담의 모습과도 다르다. 당시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의 주요 의제는 '핵 군축'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고, 러시아군 군수품이 고갈된 시점에서 열렸기 때문에 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

러시아는 당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진전에 대해 우려해 왔다. 2006~2017년 북한이 6차례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후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러한 북한 핵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자 포탄과 로켓을 지원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이들은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회담이 무기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