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변, 부끄럽지 않나”… 김윤아 저격한 김기현 향해 비판 쏟아져

송민섭 2023. 9.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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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에게 족쇄와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 “(연예인의 대중 영향력을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가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에 대해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환경시민단체들 연대체인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은 14일 “한 연예인을 향한 폭언,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비판했고 여당 김웅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인이 대중연예인을 공격하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밴드 자우림 보컬 김윤아,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연합뉴스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국민의힘이 지난 12일 김기현 당대표의 “개념없는 개념 연예인”에 이어 13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의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등의 잇단 폭언을 전했다. 이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SNS에 우려 섞인 의견을 담은 게시물을 올린 것에 대해 개념 어쩌고, 벼슬 어쩌고 하며 쏟아낸 발언들은 누가 봐도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윤아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지난달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RIP 地球’(Rest In Peace 지구)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리며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방사능 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같은 날 또다른 SNS 엑스(옛 트위터)에는 물이 순환하는 과정이 담긴 이미지와 함께 “생선을 앞세운 최악의 해양 오염 사태는 반찬 선택 범위의 문제로 한없이 작게 찌그러진다”고 우려했다.

김윤아의 SNS 비판글이 알려지자 보수유튜버들이 적극 비판에 나섰다. 보수 유뷰브 채널 ‘신의한수’는 지난달 25일 라이브영상을 통해 “극심한 반일 선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있다”며 일본 외무성에 이들에 대한 영구 입국금지 조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블로그 글을 통해 “2016년 ‘일본 먹방러 김윤아와 2023년 ‘후쿠시마 지옥 김윤아’는 진짜 같은 사람인가. 제2의 문재인이 목표인지, 제2의 청산규리가 롤모델인지 몹시 궁금하다”고 적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윤아 소속사는 1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윤아 게시물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이라며 “당사와 아티스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결부돼 논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김윤아에 대한 지나친 비방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의 위법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동행동은 “여당의 고위급 정치인들이 한 명의 연예인에 대해 이토록 가혹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이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국면 전환 의도이겠으나 그 자체가 국민을 겁박하고 입과 귀를 막으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 비판 목소리에 대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세력. 이런 세력들과는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점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쏟아내는 격한 발언을 볼 때, 국민 모두에게 족쇄와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성명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기어코 지난 정부의 비열한 행태를 반복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우리는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국민들의 의지를 모아,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멈추는 그날까지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소 내 물을 희석하고 방출하는 설비.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당 지도부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웅 의원은 13일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중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 하더라도 공인인 정치인이 그것을 공격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파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폴리테이너라면 다르겠지만 대중연예인은 얼마든지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그 입장 표현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라고 김기현 당대표를 직격했다.

김 의원은 “국민에게 정책을 알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설득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라며 “대중연예인의 발언이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정치인이 부족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김 당대표가 약 3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발언까지 거론하며 “반성은커녕 사과도 안한다”고 지적했다. 김 당대표는 2020년 10월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환경단체 및 일본 내 학계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우리 동해지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기에 일본 측 검증에만 의존한 정부 입장과 정보를 신뢰해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성도 안 하고 청년정치인 행세를 한다”며 “그런 모습들이 쌓여서 지금의 정치인 불신을 낳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인인 정치인도 2년 전의 입장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바꾸는데 무슨 신뢰가 쌓이겠나. 그러면서 어찌 대중연예인에게 개념을 운운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같은 정치인끼리는 신랄하게 공격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지만 변변한 방어방법도 없는 일반인이나 대중연예인을 공격하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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