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리비아 대홍수 수습에 총력전 펼치는 이유는?
데르나에서만 1500명 이상 실종돼
이집트 정부, 헬리콥터·구호대 등 급파
열대성 폭풍 ‘대니얼’의 영향으로 최악의 홍수 피해를 본 리비아를 위해 이웃 이집트가 팔을 걷어붙였다. 인접국인 이집트와 리비아는 과거 숱한 갈등을 겪은 앙숙이지만, 이번 대홍수로 적지 않은 이집트 국적자가 사망한 데다가 이를 수습해야 할 리비아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개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야전병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헬리콥터 수송기를 리비아에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리비아 국경인 이집트 서부 지역에 난민을 위한 천막촌 건설도 명령했다. 시시 대통령은 군과 행정부에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총력전을 펼치라”고 강조했다.
시시 대통령은 전날에도 군사령관 회의를 열어 리비아 홍수 희생자를 위한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3000만이집트파운드(약 12억9000만원)를 리비아를 비롯해 강진 피해를 본 모로코와 최근 물난리를 겪은 슬로베니아에 균등하게 지원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 외에 이집트 정부는 대형 공군 수송기 3대를 동원해 의약품과 식량, 구호물자를 리비아로 보냈다.
양국은 1970년대 국경 분쟁과 이스라엘과의 관계 설정 등을 놓고 갈등을 거듭했고, 현재도 군벌 간 유혈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수단 사태와 관련해 다른 견해를 취하는 등 껄끄러운 사이다. 그런데도 이집트가 대홍수 수습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리비아에 거주하는 이집트인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계된 이집트인 사망자는 74명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서만 1500명 이상의 이집트 국적자가 실종됐다.
WSJ는 “이집트 젊은이들이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수십 년 동안 일을 해왔다”며 “특히 2011년 리비아에서 혁명과 전쟁이 일어난 후에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이집트인이 리비아로 이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희생된 이집트인 대부분이 자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30대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리비아 현지 상황이 워낙 열악해 이집트 정부의 구호 활동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존자인 이집트 노동자 모하메드 이브라힘은 “시신 대부분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며 “더 많은 장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인근 베헤이라주에 사는 모하메드 알아라비는 “사촌 3명을 잃었다”며 “주변에도 가족이 실종된 경우가 너무 많다. 신의 자비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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