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지옥` 김윤아에 김기현 "無개념연예인"…비판한 김웅 "부끄러운 짓"

한기호 2023. 9. 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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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계 출신 김웅 "대중연예인에 공인 잣대 안돼, 정치인 공격은 선넘은 것"
金대표 "문화계 이권 카르텔, 개념없는 (자타칭) 개념연예인 너무 많아" 발언에
"정치발언 아냐" 해명 낸 김윤아·소속사…김웅 "일반인에 좌표, 文때 시작돼"
국민의힘 김웅(왼쪽부터) 의원과 김기현 당대표.<김웅·김기현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의 X(옛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밴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가 지난 8월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왼쪽)과 X(오른쪽) 계정에 남긴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관련 글과 이미지 갈무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첫날 지구종말을 암시하며 "방사능 비" "지옥" 등을 SNS에서 거론, 네티즌에 '중학교 과학'도 설교한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로부터 "개념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비난을 샀다. 그러자 당내에선 "부끄러운 짓"이라며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계 출신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구갑·초선)은 14일 페이스북으로 "공인(公人)은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며 "대중연예인에게 공인의 잣대를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한 대중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더라도 공인인 정치인이 그것을 공격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최근 어떤 밴드 멤버가 오염처리수 방류 후 '지옥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 걸 들으며 개념 연예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김윤아를 겨냥했다.

이어 "결국 따돌림, 낙인찍기, 이권 나눠 먹기 카르텔 때문 아닐까. 반복돼선 안 될 악습"이라고 진보 주류 문화계 카르텔 의혹으로 연결지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전날(13일) BBS라디오에서 "김윤아씨든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공적인 발언에 대해선 무거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가세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또 "(김윤아는) 정말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도 갖추지 않은 굉장히 자극적인 선동을 한 셈"이라며 "거기에 대한 국민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되나.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아의 소속사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는 같은 날 그의 SNS 게시물에 관해 입을 열었다. "결코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고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이었다"며 "당사와 아티스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결부돼 논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김윤아도 X(옛 트위터)에 이를 리트윗(재게시)했다.

소속사 측은 "아티스트에 대한 지나친 비방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의 위법행위는 자제하여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해석을 거부했지만, 김윤아는 지난 3일 난지 한강공원 2023 렛츠락 페스티벌에서 11곡 소화 후, 공연시간을 넘긴 앙코르 요청에 "나라에서 못하게 해"라고 반응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윤아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RIP 地球'(지구를 망자로 지칭, 편히 잠들라고 인사)라고 적힌 이미지를 올려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였다"며 "블레이드러너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유토피아 반대말)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방사능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이라고 썼다.

특히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며 후쿠시마 원전 방류를 지옥에 빗댔다. 오염수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방류 계획에 대한 유엔 IAEA(국제원자력기구) 검증, 실제 자연방사선·삼중수소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비판 댓글엔 "우와 말로만 듣던 '그분들'이 친히 댓글 달러 와 주시다니"라고 조소섞인 반응을 보였다.

비판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상당수가 접근 차단을 당했다는 후문이다. 김윤아는 그 이튿날 X에 올린 후속 글에서도 "중학교 과학, 물의 순환. 해양 오염의 문제는 생선과 김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생선을 앞세워 최악의 해양 오염 사태는 반찬 선택 범위의 문제로 한없이 작게 찌그러진다"고 지적했다.

국산·일본산 수산물 섭취 논쟁 이상으로 확전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윤아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무처리 방류' 이후 방송 출연장면을 비롯해 잦은 일본행(行)을 지적하거나, 치과 등 의료행위에서 노출되는 방사선 수치가 훨씬 높다거나 '물 분자의 순환일 뿐'이란 반론을 펴는 네티즌 반응이 뒤따른 터다.

여당과 지지층에선 소위 '오염수 괴담'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당시 '광우병 괴담의 재판'이며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 등 문화예술계 동참 선동도 마찬가지란 시각을 보여왔다. 그러나 김웅 의원은 "당파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폴리테이너라면 다르겠지만 대중연예인은 얼마든지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반론을 폈다.

그는 "그 입장 표현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그 대중연예인보다 못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 문제"라며 "국민에게 정책을 알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설득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다. 대중연예인의 발언이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정치인이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부터 권력이 일반인을 공격하는 일이 시작됐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광주 카페 사장'에 대해 좌표찍기까지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당도 그런 작태를 따라 하고 있다. 학원강사를 '돈 많이 번다'고 악마화하고, 심지어 6만6000원짜리 강의를 500만원 고액강좌로 둔갑시켜 가짜뉴스로 공격하기도 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그러고도 반성은커녕 사과도 안 한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성도 안 하고 '청년정치인 행세'를 한다. 그런 모습들이 쌓여서 지금의 정치인 불신을 낳은 것이다. 공인인 정치인도 2년 전의 입장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바꾸는데 무슨 신뢰가 쌓이나"라고 김 대표 이외에 '청년정치인'도 겨눴다.

그는 "그러면서 어찌 대중연예인에게 개념 운운하나. 같은 정치인끼리는 신랄하게 공격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지만 변변한 방어방법도 없는 일반인이나 대중연예인을 공격하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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