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경쟁력 좌우 중이온가속기, 예산 삭감에 내년 반년만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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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리학 난제를 푸는 데 핵심역할을 할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에 연구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연구단 단장은 14일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최근 정부는 주요 연구기관의 R&D 예산을 16% 정도 감축했는데, 중이온가속기 사업에도 동일한 수준의 감축이 이뤄진다면 내년 한 해 라온은 약 6개월 정도만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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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리학 난제를 푸는 데 핵심역할을 할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에 연구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최근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감축하면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의 실전 실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수 년 이상 기술력이 뒤쳐진 중이온가속기 역량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연구단 단장은 14일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최근 정부는 주요 연구기관의 R&D 예산을 16% 정도 감축했는데, 중이온가속기 사업에도 동일한 수준의 감축이 이뤄진다면 내년 한 해 라온은 약 6개월 정도만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월 말 빔 시운전을 마친 라온의 저에너지 구간은 이미 완성됐다"며 "고에너지 구간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에서 예산 감축으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라온은 2025년까지 고에너지 구간의 가속장치 성능검증과 시설확충 등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같은 선행 R&D를 진행한 뒤 고에너지 가속 구간에서의 시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1조 5183억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라온은 한국 물리학계를 비롯한 기초과학 경쟁력을 드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이온가속기는 우주의 생성과정을 밝히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단서인 희귀동위원소 발견에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기존 원자구조 이론과 다른 원자의 특성을 관찰해 물리학계를 뒤흔든 일본 도쿄공대 연구팀의 '산소-28' 희귀동위원소 발견 연구에선 고성능의 중이온가속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중이온가속기 기술은 일본 등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쳐진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가 보유한 중이온가속기 시설(RIBF)은 현재 빛의 속도의 70% 정도의 빔 속도를 기록하는데, 라온은 계획대로 개발되면 2028년 빛의 속도의 50%에 도달한다. 물리학연구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한국이 중이온가속기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이온가속기 분야 연구자들은 이번 예산감축이 라온 구축 사업에 영향이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단장은 "내년부터 사용자들에게 실험을 위한 빔을 제공할 라온이 자칫 운영비가 부족해 운영되지 못할 수 있다"며 "라온을 활용한 연구 자체도 규모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온의 예산은 이미 빠듯한 수준이다. 라온의 시운전 또한 당초 지난해 이뤄질 계획이었지만 전기값과 운영비가 부족하면서 올해 시운전이 이뤄졌다. 시설 교체에도 시간이 소모되며 예정이 다소 지연됐다.
연구자들은 라온이 무사히 완공되면 선진국들의 중이온가속기 성능을 단숨에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라온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소생성에서 'ISOL(대전류 저에너지 희귀동위원소 빔 생성)'과 'IF(소전류 고에너지 희귀동위원소 빔 생성)' 방식을 결합한 중이온가속기다. 한 가지 방식만 사용하는 중이온가속기와 달리 두 가지 방식을 연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희귀동위원소를 활용해 희귀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역할인 희귀동위원소 생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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