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대만 제1야당 총통 후보 방미…미·중 사이 줄타기하며 지지율 역전 노려
친중 성향의 대만 제1야당 총통 후보가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친중 대 반중의 선거 구도 속에서 반중·친미 성향의 집권 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 열쇠를 만회하기 위해 미·중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허우유이(侯友宜) 중국국민당(국민당) 총통 후보가 14일부터 22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타이완뉴스 등이 보도했다. 허우 후보는 이날 밤 미국에 도착해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4개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방미 기간 4곳의 미 싱크탱크에서 연설을 하고, 미 연방 의원 및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며 현지 교민 및 유학생들과 간담회도 계획하고 있다. 허우 후보 측은 이번 미국 방문에 대해 정치 이념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결의를 미국 측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측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교류률 통해 대만과 미국의 오랜 우호 관계를 심화하고 무기 구매와 무역협정 등의 주제에서 더 많은 실질적 협력과 상호 이익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통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이뤄지는 허우 후보의 미국 방문에는 친중 이미지를 완화함으로써 지지율 열쇠를 극복하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안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친중 대 반중의 선거 구도 속에서 허우 후보는 반중 성향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에 지지율 열쇠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 중립 성향의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에도 뒤져 각종 여론조사 순위가 3위로 밀려났었다. 최근에는 여론조사에서 다시 2위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1위인 라이 후보와의 격차는 크다.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지금처럼 선거가 친중 대 반중 구도로 치러질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지지율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친중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행을 택한 셈이다.
허우 후보는 동시에 자신이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이끌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중국에도 대화의 손짓을 보내는 등 미·중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우 후보는 시 주석과 만남이 성사되면 양안(중국과 대만)의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일이 될 것이라며 상호존중의 토대 위에서 만남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양안간 대화와 교류, 선의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총통이 된다면 가장 중요한 책무는 대만의 안보를 지키고 대만해협의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라이 후보가 대만 부총통 자격으로 남미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 방문하는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던 중국은 허우 후보 방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13일 치러진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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