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 예산 삭감에 내년 6개월 이상 가동 힘들어"
산소-28 등 희귀원소 연구성과…"중이온가속기 통해 희귀핵·원소 기원 연구할 것"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1조 5천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이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파로 6개월밖에 가동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 핵 연구단장은 14일 서울역에서 과학미디어아카데미를 갖고 "중이온가속기도 예산이 대폭 삭감돼 내년 6개월 이상 돌리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희귀 핵 연구단은 우주와 원소의 기원, 희귀핵 특성을 연구하는 연구단으로 주로 가속기로 고에너지 입자를 충돌시켜 발생하는 희귀 핵의 물리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이 가동을 기대하는 IBS의 중이온 가속기는 무거운 원소(중이온)를 가속해 표적에 충돌시켜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고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대형 연구시설로, 여러 차례 일정 연기 끝에 지난 5월 저에너지 구간 시운전에 성공했다.
한 단장은 당초 중이온 가속기가 내년 중 3개월가량을 일반 연구자에게 공개하고 연구단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최근에는 이런 연구 기간 보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연구개발 예산을 16% 삭감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다"며 연구자들이 한번 이탈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만큼 회복되기 힘든 수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주장과 관련해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측은 연합뉴스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희귀 핵 연구단은 보통 원소와 달리 불안정한 핵을 가진 희귀동위원소(RI) 등을 연구하고 있다.
동위원소는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 중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는 다른 원소다. 이 중 불안정한 것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해지려 하는데, 이들을 희귀동위원소라 한다.
현재까지 동위원소를 포함한 핵종은 약 3천개가 발견됐으며, 아직 약 7천개는 발견되지 않은 영역이라고 한 단장은 설명했다.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찾는 이유는 원자핵의 존재 한계를 알아내면 원자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근원 원리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소에서는 중성자가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혹은 줄어들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드립라인'(존재 한계선)으로 규정짓는다.
지난달 일본 연구팀을 주축으로 희귀핵연구단이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산소-28 관찰 연구는 드립라인 너머에도 원소가 존재 가능한지를 분석하는 연구라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산소-28은 양성자가 8개인 산소에 중성자 20개가 붙어 있는 원소로, 원소 내 중성자나 양성자 수가 특정수일 때 안정한 구조를 이뤄 '마법수'로 불리는 8, 20이 모두 들어간 이중 마법핵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2015년 가속기를 활용해 실험하고 이를 6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 산소-28은 양자역학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공명하며 존재하긴 하지만, 이중 마법핵에서 기대하는 안정적 상태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한 단장은 "결과가 나오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하는데 기초과학이 그렇다"며 "정말 장기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못 하는 대표적 분야"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양성자 없이 중성자 4개가 뭉쳐 있어 원소 번호가 0이 되는 원자핵 관찰 연구에도 참여하는 등 국제공동연구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단장은 "기초과학도 어떻게 보면 경쟁인데, 지금은 한국에서 할 수 없으니 해외 협력이 필수라 어려움이 있었다"며 가속기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차별화된 가속기를 구축하는 만큼 더 희귀한 동위원소를 찾는 연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이온가속기는 다른 국가의 가속기와 달리 대전류 저에너지 희귀동위원소 빔(ISOL)과 소전류 고에너지 희귀동위원소 빔(IF) 방식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새롭고 희귀한 동위원소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희귀 동위원소 빔과 최첨단 검출기를 사용해 희귀 핵 성질을 실험적으로 밝히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거운 원소들의 기원은 아직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며 관련 연구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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