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개 식용 금지 '김건희법' 놓고 설왕설래

이지율 기자 2023. 9. 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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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통과에 야당 의원의 대승적 협력을 바란다"
"'김혜경법' 반감 안 들겠나…네이밍 논란 야기"
"여론 조성 통한 사회적 합의 먼저…순서대로"
[뉴델리=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뉴델리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인 라즈가트를 방문해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9.10.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국민의힘이 이른바 김건희 여사 법으로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당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반려견 시대에 개 식용은 안된다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충분한 여론 조성 없이 문화적 차이를 고려 않고 법제화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난감한 기색도 감지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김건희법에 대해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우리 국회의원 44명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한 모임을 하고 있고 몇몇은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며 "그게 저희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김기현 대표가 이날 법안 추진 메시지를 정리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2일 전략의원총회에서 개 식용 반대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고 한다. 다만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도부가 이러이러한 개 식용 금지 법안이 있으니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발언을 했을 뿐 당론 얘기는 전혀 오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당론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 식용 반대 법안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 지도부 인사는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당론까지 굳이 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견들이 오갔다"며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당론을 결정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도 "여론조사 결과 법제화에 대한 거부감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개 식용을 반대하는 것과 법제화해서 이를 처벌하는 건 별개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같은 내용이 '김건희법 무산'이라는 보도로 이어지자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개 식용 금지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당 차원 입법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야당 의원들의 대승적 협력을 바란다"며 글 말미 '김건희법'이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그러자 당 일각에선 법안 명칭으로 대통령 배우자 이름을 사용하는 데 대한 반감이 터져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개식용 금지법을 '김건희법'이라고 명명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대통령을 무슨 신적 존재로 떠받들던 자들이 이제는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천재적 아부를 한다"며 "명색이 헌법기관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한심한 작태를 보이니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전체주의'로 퇴보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법안 내용과 무관하게 네이밍이 잘못돼 홍보에 실패한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고 해도 김혜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법이라고 하면 반감부터 들지 않겠느냐"며 "그저 개인의 정치적 입지, 본인의 영달을 위해 무리하게 네이밍해 논란만 더 키운 것"이라고 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박 의장은 미국 레이디버드법을 거론하며 "대통령 부인 이름을 붙이는 법안이 엄연히 있다"며 "개식용금지법을 '김건희법'이란 별칭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동물애호단체들로 많은 언론들이 '김건희법'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법안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이 법안을 추진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인사들이 지나치게 용산(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면서 당내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법안 관련 당론 추진 여부는 원내지도부 사안"이라며 "일부에서 지나치게 용산 눈치를 보며 이렇게 몰아치는 게 맞나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무산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식 당론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나 톤 조절 등 준비해 순서대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식생활 문화나 동물에 대한 인식 등 여러 변화와 추세를 반영해 추진을 해야 한다"며 "지도자의 일방적인 의견이나 뜻으로 진행되는 느낌을 줄 필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반 작업을 통해 여론을 조성해놓고 추진해야지 이렇게 먼저 막 밀어붙이고 반발에 직면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 논란과 별개로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개 식용 반대 법안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 입법화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개 농장과 음식점의 업종변환을 지원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개 식용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l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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