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예견하고 공짜 혜택 줄이기 나선 美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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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 1500여 개 매장을 둔 글로벌 화장품 유통 체인 세포라는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에게 매년 생일 선물을 증정해왔다. 고객이 생일 전후로 매장을 찾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배송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온라인으로는 최소 25달러 이상 구매해야 선물을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꿨다. 배송비가 들어가는 만큼 혜택만 쏙 빼먹는 ‘체리피커’를 걸러내고 추가 소비를 유도한 것이다.
미국에서 고금리가 오래 지속돼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공짜 혜택에 인색해지고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제공해왔던 다양한 혜택을 줄이고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를 더 꼼꼼히 따지고 있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비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들이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불경기에 대비해 미리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널리 선택하는 마케팅 비용 절감 방식은 세포라처럼 멤버십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다. 도넛 체인점 던킨은 작년 가을 생일 무료 음료 쿠폰을 없앴다. 대신 생일 전후로 적립해주는 포인트를 세 배로 늘렸다. 공짜는 없애고 실제 매출을 늘려주는 고객에게만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버거 업체 레드로빈도 올해부터 생일에 공짜 버거를 받으려면 추가로 다른 상품을 4.99달러 이상 구매하도록 했다. 배달·포장은 불가능하고 매장 식사용으로만 가능하다는 조건도 추가했다.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회원증 공유를 막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유료 회원제로 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는 계산원이 있는 계산대에선 직원이 회원증 제시를 요구하지만, 셀프 계산대에서는 따로 규정이 없었다. 이런 허점을 노려 남에게 빌린 회원증을 쓰는 사람이 늘자 셀프 계산대에서도 회원증과 얼굴을 대조하겠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비회원이 (회원비를 내는) 회원 고객들과 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일부 유통 기업들은 반품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했다. 메이시스백화점은 지난 3월 반품 가능 기간을 90일에서 30일로 줄였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의류 같은 계절 제품을 빠르게 반품받아 다시 진열하려는 목적이다. 무료 배송 문턱도 높아졌다. 아마존의 식료품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는 지난 2월 멤버십 회원 대상 무료 배송 최저금액을 35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렸다. 유통 기술 업체 나바르가 소매 업체 48곳을 조사한 결과 무료 배송 최소 금액이 2019년 52달러에서 올해 64달러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짜 혜택을 줄이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실제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때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한 기업들이 여럿이었다. 메이시스백화점은 “10월부터 재개되는 학자금 대출 상환, 계속 오르는 금리 등이 소비자 지출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전자 제품 같은 비필수 소비재 구매 수요가 둔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의 유통업 전문가 마셜 코헨은 “더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자사 혜택을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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