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롯데’ 한신타이거스 18년만 우승 조짐… 팬들 초흥분에 지역 ‘경계 비상’

김동현 기자 2023. 9. 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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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구단 한신타이거스의 공식 로고

일본 간사이(關西·관서) 지방을 대표하는 야구팀이자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甲子園)’ 구장의 주인 한신타이거스가 18년 만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오늘(14일) 확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과 NHK,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1935년 창단된 일본 프로야구 원년구단 한신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간사이 팬들의 응원으로 매년 평균 관중 1위 팀에 오르며 인기 측면에선 최고의 구단으로 꼽히지만, 애석하게 우승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1950년 양대 리그(퍼시픽·센트럴리그) 출범 이후 리그 우승은 다섯 차례(1962·1964·1985·2003·2005)에 그쳤고, 상대 리그까지 제패한 일본시리즈 우승은 1985년 단 한 번만 이뤄냈다.

한신 팬들은 매 시즌 초 성적이 잘 나오면 “올해는 우승”이란 ‘설레발’을 치다가 실망한 경험이 잦아 우승을 우승이 아닌 ‘저거(アレ·아레)’라는 말로 부른다. 팀 공식 슬로건마저 ‘A.R.E’다. 그런데 올해야말로 “진짜 ‘저거’ 해버리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 한신타이거스의 지난 7월 경기 홍보 포스터/한신타이거스

14일 저녁 6시, 한신 홈구장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요미우리자이언츠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한신의 우승 여부가 결정된다. 한신이 이기면 자동 우승이고, 비기거나 지더라도 현 2위 팀인 히로시마도요카프가 같은 시각에 열리는 야쿠르트스왈로즈와의 대결에서 패하면 우승한다. 한신은 올 시즌 9연승 이상을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세 번이나 달성하는 등 센트럴리그에서 ‘독주’했다. 오늘 경기는 리그 128번째 경기로 시즌 마감까지 15경기가 남았는데 이기기만 하더라도 우승이 확정될 정도다.

간사이 지방의 오사카 지역 당국은 이날 한신 우승이 확정되면 거리에 쏟아져나올 팬들의 인파를 고려해 미리 경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1985년 한신이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지역 팬들은 오사카 도톤보리강 인근에 모여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 커널 샌더스 동상을 강에 던져버리는 등 소동을 일으켰다. 이 동상은 20여 년 지난 2009년에야 발견됐는데, 때마침 동상이 사라지고 나서 한신이 침체기를 겪자 ‘커널 샌더스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1985년 일본 프로야구 구단 한신타이거스의 일본시리즈 우승 당시 도톤보리 강에 빠졌던 패스트푸드 체인 KFC의 '커널 샌더스' 동상. 20여 년 지나 2009년에야 발견됐다./NHK

한신이 2003년 우승했을 때에는 수만 명의 팬이 거리에 나와 무려 5300명이 도톤보리강에 입수했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2005년 우승에선 강에 다이빙 방지를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음에도 55명이 흥분하며 빠졌고 경찰이 인파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파출소 유리가 깨지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오사카시(市) 당국은 이날 1300여 명의 인력을 동원, 거리 통행을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핼러윈 당일 투입됐던 인력보다 6.5배 많은 규모다. 특히 도톤보리강 랜드마크 ‘구리코 간판’이 설치된 ‘에비스 다리’ 주변에 극심한 혼잡이 예상돼 경찰관 배치를 집중시킬 예정이다. 당국은 또 도톤보리에 2m짜리 가림막을 설치해 혼잡해질 에비스 다리 방면을 볼 수 없도록 조치한다.

2005년 일본 프로야구 구단 한신타이거스가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도톤보리강 에비스 다리에 쏟아져 나왔던 팬들. 강에 다이빙 방지를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음에도 55명이 흥분하며 빠졌고 경찰이 인파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파출소 유리가 깨지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NHK

지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압사 사고’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도 지난해 10월 한국 이태원에서 158명이 사망한 참사를 언급하면서 “오사카에도 인파에 취약한 구역이 많아 긴장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에비스바시는 길이 26m에 폭 11~18m, 무게 190t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히 설계돼 있는데도 현지 경찰은 인파 분산을 유도할 인력을 별도로 두고 혼잡 상황을 감시하겠다고 했다. 유사시 다리 통행까지 제한될 예정이다.

최근 오사카엔 외국인 관광객도 몰려드는 상황이라 인근 상인들은 영어·중국어·한국어·베트남어 등 4개 국어로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게시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이날 폐점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駐)오사카 한국 총영사관도 지난 11일 ‘오사카 여행 시 주의사항’이라는 공지를 일찍이 웹사이트에 올렸다. 한신타이거스의 우승 당일 도톤보리에 인파가 폭주해 각종 안전 및 인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오사카 총영사관이 한신 타이거즈 우승에 대비해 여행객들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있다./총영사관 웹사이트

가와구치 토시히로 간사이대학 군집안전학 교수는 요미우리에 “다리 위에서는 양옆으로 도망갈 길이 없다는 점에서 (지난해) 이태원 사고 현장과 공통점이 많다”며 “일방통행을 지속해서 유도하는 등 인파가 어느 구간에 정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시무라 히데마사 오사카공업대학 건축안전계획과 교수도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소셜미디어 소통 증가로 팬들의 군집이 예년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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