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보조금 조사’ 공세에…중국 “적나라한 보호무역” 반발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9.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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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장 “보조금 관행 조사”
징벌적 관세까지 부여할지 관심 쏠려
테슬라, 반사이익 효과에 주가 상승세
버핏도 등돌린 中증시 비야디 약세
中 “EU관계에 부정적 영향” 반발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뮌헨 모빌리티쇼’(IAA 모빌리티 2023)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 BYD 부스에 관람객들이 서 있다. [사진 출처=신화통신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저가 전기차에 대해 중국 공산당지도부의 보조금 지급 관행을 문제 삼아 조사에 나섰다. 글로벌 경제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떠오른 전기차를 두고 서구 선진국와 중국 간 갈등이 다시 심해질 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모두 공장을 둔 테슬라가 반사효과를 받을 것을 기대하며 해당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모양새다. 다만 테슬라 역시 차이나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따른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연례 정책연설에 나서 “EU 집행위는 중국 전기차에 대해 부당한 보조금 지급 관행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나고 있지만 그 가격은 중국의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인해 낮게 설정·지속되는 것인 바 시장 경쟁 질서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
13일 뉴욕증시 샤오펑 주가 흐름. 14일 홍콩은 기습폭우로 인해 증시 개장이 일시 혼란을 겪었다.
발표가 나오자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TSLA ↑1.43%)는 주가가 반등한 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3대장인 니오(NIO↓1.43%)와 리오토(LI ↓0.54%) 샤오펑(XPEV ↓3.11%)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테슬라는 미국 외에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중국에서는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EU 측 입장이 유럽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사업을 배려하는 차원이지만 중국 측이 보복에 나서면 두 지역 간 무역갈등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따른다. EU 측에 따르면 해당 지역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작년 기준 8% 였지만 오는 2025년에는 15% 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중국산 가격이 20%가량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미국의 북미산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과 중국의 전기차 저가 공세에 밀려 유럽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떠오른 상태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전기차 ETF 최근 1년 흐름
앞서 약 10년 전 EU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비슷한 조사를 진행해 반(反)덤핑·반보조금 규제 등 무역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EU 가 이번에 전기차 조사 착수를 알리며 중국산에 대해 ‘징벌적 관세’ 부과 여지를 열어두자 중국이 보복성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유럽 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경우 BMW 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 대형 업체들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17% 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된다.

한편 테슬라 역시 중국 의존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차이나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달 8일 중국승용차협회(CPCA)가 발표한 월간 중국 승용차 판매 데이터를 보면 테슬라는 지난 8월 중국에서 전기차 6만4694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작년 8월 대비 56.3% 급증한 수준이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 Y의 인도량은 6만5316대로 CPCA 승용차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토대로 테슬라의 중국 전기차(EV) 시장 점유율은 7월 7.5%에서 8월 13.2%로 두 배 가까이 뛴 것으로 추정한다.

생산 측면에서도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전세계 전기차 생산에서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베를린 기가팩토리 생산 여력을 기존 50만 대에서 100만대로 확충한 것을 감안한 추산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중국 비중이 높다는 것은 중국 특유의 보복성 애국 불매운동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외국 정부와 갈등이 생길 때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점을 악용해 외국 기업 제품 보이콧(불매 운동)을 동원해 보복해왔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3월, 중국 당국은 군부와 일부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테슬라 전기차를 타지 말라고 한 바 있다. 당시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 조치했던 때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애플 아이폰 불매운동이다. 중국이 공무원은 물론 국영 기업 직원들에 대해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데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성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분명히 우려를 가지고 예의 주시 중”이라면서 “중국은 과거에도 미국 기업에 대해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보복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서 13일 중국 외무부는 아이폰 사용을 금지 한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아이폰 보안 사고를 많이 보고 받았으며 정보와 사이버 보안을 매우 중시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시장 비중은 19% 정도다.

14일 중국 본토증시에서 비야디 주가 흐름
한편 14일 중국 본토 증시에서 ‘중국판 테슬라’ 비야디 주가는 장 중 3% 넘게 하락하면서 낙폭이 두드러졌다. 비야디는 최근 전기차 아토3 등을 내세워 스웨덴 등 유럽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 상반기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을 유럽 생산공장 부지로 검토하면서 유럽 진출에 눈독을 들여왔다. 미국에서는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자신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지난 2008년 비야디에 2억3000만 달러를 투자 후 지분을 약 20% 까지 끌어올렸지만, 올해 6월 말까지를 기준으로 최근 10달 새 해당 종목을 열두 차례 매도해 지분을 9% 미만으로 줄여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EU가 중국과 대화·협상을 하기를 촉구한다”면서도 “EU의 조사 조치는 공평 경쟁을 명목으로 삼아 실제로는 자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인 바 중국-EU의 경제·무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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