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흔들리는 고려아연 74년 동맹…커지는 경영권 분쟁 우려

김정연 기자 2023. 9. 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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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가 공동 창업해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을 두고 영업해 온 영풍그룹의 알짜 계열사이자 국내 1위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 활동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두 집안 가장의 공격적인 지분 매입 행위가 이어지면서 74년간 유지돼 온 오랜 동업 관계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김정연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에 자사주를 다시 사들이면서 경쟁에 또 불을 붙였죠?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달에만 7,522주를 매입했습니다.

총 40억 원어치인데요.

이로써 최 회장의 지분율은 1.76%로, 소폭 늘어났습니다.

최윤범 회장뿐 아니라 아버지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다른 최 씨 일가 친인척들도 지분을 계속 매입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직접 주식을 사기 이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한화와 LG화학, 한국투자증권 등과 자사주를 교환하며 우호 지분을 늘려왔는데요.

최 씨 일가와 이 기업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현재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28% 정도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에 비해서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개인적인 지분 매입 활동은 뜸한 것 같은데요?

[기자]

장 씨 일가는 개인 소유 회사들을 활용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 모으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에이치씨'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100%를 소유한 경영컨설팅 회사인데요.

지난 5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고려아연 지분을 1% 가까이 늘렸습니다.

여기에 장 고문 자녀의 개인 회사인 '씨케이'도 지분 늘리기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물론 장형진 고문은 개인적으로도 고려아연 지분을 조금씩 사고 있으며, 현재 지분율 3.63%입니다.

장 고문 쪽의 경우 우호 지분을 모두 합치면 32% 정도로 추산됩니다.

[앵커]

최 씨 일가와 장 씨 일가는 그동안 70년 넘게 같이 지내왔는데, 최근 들어 왜 이렇게 두 사람의 지분 매입 경쟁이 심화된 겁니까?

[기자]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지난 1949년 철광석을 수출하는 '영풍기업사'를 함께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고려아연의 전신입니다.

이후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장 씨 일가는 석포제련소를 맡고,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맡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요.

현재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매출 7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업주 3세인 최윤범 회장이 지난해 8월 한화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친밀한 재계 총수들을 동원해 우호 세력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때의 유상증자는 최 회장과 미국에서 동문 수학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힘을 보탠 것이라는 업계 시각이 나옵니다.

당시 장형진 고문은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관련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이제 내년 3월이면 최 회장과 장 고문 두 사람 모두 임기가 동시에 끝나는데요.

내년 주주총회에서 두 사람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지는데, 양측의 표 대결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지분 매입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고려아연의 경우에는 지배구조를 두고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상황….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요인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영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굿 뉴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쪽에서 지분 경쟁을 양보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계속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했잖아요.

이것도 이들의 지분 매입 경쟁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현대자동차는 5,200억 원 정도를 투입해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하기로 했는데요.

현대차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최근 니켈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최 회장 우호 지분은 28%, 장 고문 우호 지분은 32%로 4%포인트 차이 나는데요.

지분 5%를 갖고 고려아연의 도움을 받게 된 현대차가 최 회장 편에 서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은 장 고문을 앞서게 됩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과거 한화나 LG화학 등의 사례와 달리 이번 현대차의 지분 인수에는 고려아연과 현대차 사이의 자사주 교환은 없습니다.

현대차가 반드시 최 회장 편에 설 것이란 보장은 없는 겁니다.

또 고려아연의 주주에는 지분 8.5%를 가진 국민연금과 지분 33.3%를 가진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도 있어, 향후 이들이 경영권 분쟁에 어떤 변수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앵커]

고려아연 주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주주 간 지분 경쟁으로 최근 고려아연 주가는 오름세입니다.

한 달 전에 45만~46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10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고려아연의 목표 주가를 올리고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고려아연은 라임펀드 특혜 의혹에도 휘말려 있는 상태입니다.

고려아연이 과거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전 투자금 일부를 환매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앵커] 

김정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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