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슨은 왜 DB를 선택했을까? “빅맨이 있잖아”
올 여름 농구판에선 한 선수의 등장에 큰 파장이 일었다.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인 디드릭 로슨(26·DB)이 KBL에서 퇴출된 고양 데이원(현 고양 소노)과 계약이 만료돼 자유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확실한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대부분의 팀들이 로슨에게 달려든 가운데 최종 승자는 뜻밖에 원주 DB가 됐다. DB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고 들은 터라 믿기지 않았다”고 귀뜀했다.
로슨의 대답은 명쾌했다. 지난 13일 DB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DB에는 빅맨이 있지 않느냐”고 웃었다.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와 4번(파워 포워드)과 3번(스몰 포워드)을 오가는 강상재의 존재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로슨은 “빅맨이 있는 팀과 아닌 팀이냐에 따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옵션이 달라진다”면서 “사실 내가 전에 뛰었던 팀은 짜임새가 좋은 농구를 했지만 높이에선 부족하다보니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DB를 선택하는 데 이 부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로슨의 합류가 DB의 장점을 살리는 시작점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김주성 감독은 DB 산성, 즉 트리플 타워의 재건에 필요한 외국인 선수가 단순히 키가 큰 선수보다 다재다능한 선수가 낫다고 봤는데, 마침 로슨이 시장에 나오는 행운이 따랐다. 로슨은 골밑에서도 훌륭하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때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로슨의 진가는 일본 전지훈련에서 잘 드러났다. 로슨은 지난 6일 입국한 뒤 7일 곧바로 일본에 동행했는데, 별다른 훈련 없이 연습경기부터 동료들에 녹아들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개리슨 브룩스와 출전 시간을 나눴는데도 4경기 평균 21점과 6.5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3점슛 역시 경기당 2~3개씩은 림에 꽂으면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덕분에 주장인 강상재 역시 자유롭게 공격을 풀어가면서 김 감독에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감이라는 호평을 받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로슨은 우리 팀에 합류한지 이제 1주일”이라면서 “그 짧은 시간에 나머지 선수들이 믿고 맡기면 되는 되는 선수라는 신뢰를 얻었다. 강상재와 김종규, 로슨이 동시에 뛴다면 어떤 경기력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슨도 DB가 개막을 앞두고 있는 이번 시즌 제대로 사고를 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는 “SJ(강상재)라는 훌륭한 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JK(김종규)라는 센터와 가드 두경민까지 합류한다면 공격 루트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목표인데, 그 다음부터는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도전하려고 한다. 오리온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최승욱을 비롯해 새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금씩 녹빛(DB의 유니폼 색깔)으로 물들고 있는 로슨은 옛 친정팀 데이원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특히 자신을 아꼈던 김승기 감독과 이별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가 데이원에서 두 달치 임금이 체불돼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로슨은 “데이원에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임금을 못 받았고, 어떻게 받아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같이 뛰었던 선수와 감독님에게는 존경심이 있다. 하필이면 새 시즌 첫 상대라는 점에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옛 인연을 돌아본 그는 라이벌이었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선전포고도 했다. 서울 SK의 자밀 워니와 창원 LG 아셈 마레이가 그들이다. 워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득점 1위(24.2점), 마레이는 리바운드 1위(12.5개)로 인정받았다. 로슨 역시 득점(18.7점·3위)과 리바운드(9.5개·7위)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최고라 불리기에는 다소 아쉬웠다.
DB가 높은 곳으로 향하려면 로슨이 두 선수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로슨은 “워니와 경기는 항상 즐겁다. (워니와 마레이는) 팀도 강하기에 꼭 이겨보고 싶다”며 다가오는 2023~2024시즌 선수 본인도 팀도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다짐을 남겼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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