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위 애플에 드리운 세 개의 검은 그림자

이균성 논설위원 2023. 9. 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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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AI와 미중 갈등 그리고 애플카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2007년 1월 9일은 새로운 시대를 연 출발점이었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이날 “애플이 폰을 재발명(Reinvent)했다.”며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했다. 그날 이후의 세상을 우리는 ‘모바일 시대’라고 부른다. 아이폰 출시 이후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새 시대를 연 보상은 참으로 컸다. 그 이후 애플은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올라 십 수 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에 일시적으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넘겨준 적은 있지만 곧바로 되찾곤 했다. 애플은 특히 지난 6월 기준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기도 했다. 3조 달러는 세계 6~7위권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다. 이 정도면 ‘해가 지지 않는 모바일 제국’을 건설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다. 그런데 그 제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관심사다.

3조 달러를 돌파했을 때 4조 달러를 향해 진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애플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고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래의 일을 알 수는 없지만 애플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터라 눈길이 가지 않을 수도 없다. 또 약세에 근거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애플 사업의 미래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대충 꼽아도 세 개 정도 어른거리는 것이다.

아이폰15 프로 맥스 (사진=씨넷)

시대의 변화가 첫 번째 검은 그림자다. 아이폰이 모바일 시대를 열었고, 모바일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새로운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 시대가 그것이다. 챗GPT 출시 이후 거대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한 생성AI가 블랙홀처럼 돈과 기술과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이 경쟁에서 애플이 설 자리가 별로 넓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를 지적한 사람은 미국 리서치 회사 니덤의 애널리스트 로라 마틴이다. 그는 “AI 성장이 가속화하게 되면 애플이 알파벳과 MS, 아마존 등 다른 3대 빅테크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며 “이들 모두 빠르게 성장하는 AI 분야에서 애플보다 훨씬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애플이 클라우드와 AI 그리고 소비자 데이터에 강점을 가진 알파벳에 결국 추월당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지적은 그러나 애플 생태계가 급격히 쇠약해질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 생태계는 여전히 막강하다. 마틴 또한 “동종업계 최고의 애플 생태계가 다른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지만”이라며 그 막강함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가면서 모바일 시장은 성숙해질 수밖에 없고 성장성은 제한될 것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일 AI의 지분이 적어진다는 게 문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두 번째 검은 그림자다. 모바일 이외에 가장 강력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는 AI에서 의미 있는 지분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애플로서는 모바일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줘야만 한다. 하지만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체 스마트폰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애플에게는 별로 우호적이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된 아이폰의 20% 가량은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미국을 능가하는 수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가속화하고 화웨이가 수년간 절치부심 끝에 새 폰을 내놓으면서 중국 내에서 화웨이 제품에 대해 이른바 ‘애국 소비’가 늘고 있다. 이 탓에 애플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신제품 아이폰15 시리즈의 가격을 동결했다. 수요를 견인하려는 전략이었겠지만 쉽지 않은 국면임을 인정한 셈이다.

투자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하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는 1년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인데 이날 주가는 1.71% 하락했다.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던 거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갈등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애플이 가격 동결로 물러섰다”며 “내년 매출 증가가 억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장 동력이 아닌 사업의 본진에서도 그늘이 드리워진 것이다.

애플카란 유령이 사라진 것이 세 번째 검은 그림자다. 완전자율주행을 핵심으로 한 애플카는 아이폰을 겪었던 많은 사람이 또다시 애플에 걸었던 ‘꿈’과 같았다. 애플만이 그 꿈의 차를 상용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로서 애플카 개발이 수정됐다는 소식은 그 기대를 접게 했다. 결국 AI도 애플카도 기대난망이다. 모바일도 예전 같지가 않다.

애플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시총 1위를 무엇으로 지켜낼 것인가.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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