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전도사' 발벗고 나선 금감원장, 규제 예측가능성 키운다

신병남 기자 2023. 9. 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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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이 투자 꺼리는 '규제 불확실성', 감독수장이 직접 설명
현장선 호평 일색…"탈중국 자본들 유치의사 확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개최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런던=뉴스1) 신병남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투자유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현지에서는 감독당국 수장이 투자 유치에 직접 나서면서 시장 플레이어들이 시장 불확실성과 규제 불확실성도 동시에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며 호평이 이어졌다.

◇"탈중국 투자자 수요 확인…금융당국의 규제 연속성 묻는 질문 다수"

이 원장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개최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투자자들이 탈중국하면서 한국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의사를 많이 들었다"며 "조금만, 2%만 더 하면 가시화할만한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IR에 대해 평가했다.

IR에는 350여명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였으며 블랙록, 블랙스톤, BNP파리바, 홍콩상하이은행(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로스차일드, 슈로더, 소시에떼제네랄(SG), UBS 등 80여개 글로벌 금융사 및 투자기관도 참석했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것, 특히 한국 금융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K-금융' 산업 자체의 매력이 크고 자산 규모에 비해 심각하게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높지만,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 흔들리는 '규제 불확실성'이 매번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

이복현 원장이 국내에서 진행한 외국계 금융회사 간담회때도 해외 투자자들은 '규제 불확실성'을 최대 우려사항으로 전달했다.

이에따라 이 원장은 런던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금융규제 예측가능성'을 적극 설파했다.

그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했을 때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의지가 있는지, 의지가 효율적으로 정책 반영돼 실현 가능성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경제가 향후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며 "정부가 앞장서 이끌어 가기엔 금융시장이 이미 크게 성장했다는 판단에서, 기본적으로 시장, 민간 회사를 방해하지 않고 민간 회사가 각각 취하는 전략·포지션을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개최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한국, 위기에도 강한 회복탄력성 갖춰…세계적인 ICT 기술력‧인프라 강점"

이 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K-금융(K-Finance)이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로서 신뢰성·혁신성‧개방성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의 강점을 직접 소개했다.

이 원장은 우선 K-금융이 가진 주요 가치로 신뢰(Credibility)를 꼽았다. 그는 "미국의 중소형 은행 위기와 긴축정책 장기화 우려,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악화 등 어려운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이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산업은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과 금융당국의 위기대응 역량을 고려할 때 대내‧외 위험요인 악화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ICT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한 혁신성은 두 번째 가치로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출시의 장(場)을 제공하는 동시에, 금융산업의 혁신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책임 있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에서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사와 핀테크‧빅테크간 경쟁과 협업 모델을 병행해 공정경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사들이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건전한 영업을 영위하도록 현지 감독당국과의 협력 강화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개최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 "개방성 제고는 금융당국 중요 정책과제…해외 투자자 편의성도 지속 개선"

무엇보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가 활발한 대외 무역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개방성은 빼놓을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자유롭고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국정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금융시장‧산업에 있어서도 개방성 제고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투자 편의성 제고에 노력 중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의무, 투자내역 보고의무 폐지 △글로벌 투자자의 국채투자 비과세 조치 △국제예탁결제기구와 국채통합계좌 구축 추진 등이다.

이 밖에도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먼저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제도 개선하고 상장법인의 영문 공시의 단계적 의무화와 국제표준(XBRL) 재무공시 확대 추진, 글로벌 금융사의 국내 은행간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외환시장의 개장시간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글로벌 금융 인력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단일세율 특례의 적용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예정이다. 획일적‧경직적인 연장근로 규제로 인한 근로‧경영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연장근로 선택권 강화 기조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한국의 금융 중심지인 서울시, 부산시와 협력해 글로벌 투자자와 금융사에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두 도시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이 원장은 "금감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글로벌 투자자나 금융사의 애로‧건의사항을 청취하며 국내 금융규제와 감독관행 개선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글로벌 투자자나 금융사의 시각에서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은 없는지 세심히 살피며 실제적인 개선이 체감될 수 있도록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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