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장관 “북·러 무기거래 깊이 우려···고립 자초 불법행위 중단하라”

박광연 기자 2023. 9.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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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기자회견···직책 안 붙이고 “김정은”
고위당국자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신중”
김영호 통일부 장관. 서성일 선임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4일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군사 협력과 무기거래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러시아와 북한은 스스로 고립과 퇴보를 자초하는 불법 무도한 행위를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책을 빼고 이름만 언급하며 다소 적대적 인식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이후 북·러 간 동향, 김정은의 최근 수 차례 군수공장 시찰,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 면면, 러시아의 북한 인공위성 개발 지원을 시사하는 언급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양측은 모종의 군사적 거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전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실제 무기 거래가 논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사실상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두 나라 사이의 구체적인 군사 협력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두 나라 사이 군사 협력이 과거보다 더욱 고도화될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러 간 무기 협력은 한반도뿐만 아니고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미·중 전략경쟁과 진영 간 대립 구도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핵 개발에 매달릴수록 한·미·일의 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는 북·러 군사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우선 확인한 뒤 제재 등 대응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정부가 북·러 간 무기거래가 어떤 수준과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해 유엔을 통해 제재를 가할 것은 가할 것”이라며 “한국이 단독으로 (제재)할 수 있는 건 단독으로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밀착 기류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러 정상회담을 단기적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고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과연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얻는 것 외에 과연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첨단 군사기술 지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도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과의 관계보다는 대한민국과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일각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지니까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면 우리가 대단히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 지원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주장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러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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