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주면 위성기술·경제지원 나온다…북러, 무엇을 주고 받았나

구교운 기자 2023. 9. 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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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약고 빈'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 주고 '핵심 이득' 추구
식량 및 에너지 부족 문제 지원 요구·노동자 파견으로 '외화벌이'도 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9.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대북제재 장기화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의 정상이 만나 무엇을 '맞교환' 했을까. 북한, 러시아 양국 모두 합의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러시아는 첨단 '우주기술'과 식량, 에너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란 추측이 14일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6개면 중 4개면을 할애해 북러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구체적인 합의 결과를 공개하진 않았다.

특히 전날 러시아가 관영매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 양 측의 논의 내용을 일부라도 공개한 것과도 차이가 현저하게 날 정도로 북한은 밋밋한 보도를 공개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탄약고가 비어 가는 러시아에 포탄, 탄약 등 재래식 무기 제공을 약속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체계는 대부분 옛 소련에서 기술과 장비를 이전받아 생산됐기 때문에 러시아군에 대한 호환성이 높다.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에 잦은 지각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선 회담장에 미리 도착해 김 총비서를 직접 맞이하는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러시아 역시 북한의 무기 제공이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경축행사 참여차 평양을 찾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상대로 직접 북한의 무기를 선보이는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위성발사 관련 기술 이전을 약속받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드론·미사일 등 핵전략무기의 '눈'이 될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지난 5월과 8월 이미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하며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북한은 다음 달 군사정찰위성의 재발사를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관련 기술 이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러 두 정상이 회담 장소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정하고, 정상회담 전 우주기지를 시찰하며 각종 발사체 기술적 특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공개한 것도 양국 간 합의가 무엇인지를 시사하는 동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북한의 우주 개발을 돕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는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행단에는 박훈 내각부총리가 포함됐는데 그는 건설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들을 주로 파견했기 때문에, 이러한 수행단 인적 구성은 북러 간 논의 사항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복구사업도 준비하고 있지만 당장은 노동력 부족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해외노동자 파견을 통해 벌었던 외화가 끊겨 경제난에 악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를 재개하고 싶은 의지가 크다.

이밖에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 해소를 위한 식량 지원, 경제 발전에 필요한 기름 등 에너지 지원 문제 등도 이번에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당초 의제로 예상되기도 했던 러시아의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의 이전에 관해선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핵추진잠수함은 김 총비서가 정찰위성과 함께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기로, 지난 6일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공개하며 핵추진잠수함 건조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추진잠수함 같은 핵심 기술을 타국에 이전한 사례가 없어 북한에도 이를 넘겨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경우 동북아시아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반발은 물론 러시아도 결국 '자충수'를 두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러 양국 외무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합의된 내용의 후속 협의 및 조치를 위해 다음 달 북한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북러 간 합의사항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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