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푸틴...의기양양한 金

2023. 9. 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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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은 4년 전과 크게 달랐다.

4년 전 북러정상회담은 미국과의 핵 담판 실패 이후 국제사회의 고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김 위원장의 의지가 더 강했던 반면,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족한 무기를 지원받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절박함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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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푸틴, 30분 먼저와 기다려
우주기지 최신시설 푸틴이 직접 안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은 4년 전과 크게 달랐다. 4년 전 북러정상회담은 미국과의 핵 담판 실패 이후 국제사회의 고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김 위원장의 의지가 더 강했던 반면,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족한 무기를 지원받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절박함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3일(현지시간)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패의 충격으로 휘청거렸으며 외교적 생명줄을 찾고 있었다”며 “4년이 지난 지금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참패를 모면하려는 심산으로 김정은에게서 외교적·군사적 생명줄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뒤바뀐 입장 차이는 푸틴 대통령의 대접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각 대장’ 푸틴이 이례적으로 정상회담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했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입구에서 검은색 방탄 리무진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나서 정말 반갑다.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이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먼저 인사말을 건넸고, 김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아우루스 차량을 보여주며 소개했고 김 위원장은 내부에서 차량을 둘러본 뒤 실내로 들어가 뒷자리에 앉아보기도 하고 차량의 특징을 묻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지각대장’이라고 불린다. 201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2시간 가까이 늦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도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만남에서 15분 늦었고,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50분 지각했다. 또 2014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15분 늦어 비난이 일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의 첨단 우주기지 시설부터 둘러봤다.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최신 로켓 ‘안가라’의 조립·시험동과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 현재 건설 중인 안가라 발사 단지 등을 돌아봤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주기지를 소개한 것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이른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의 안내로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찾은 것을 연상케 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로켓 기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동하면서도 시설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손짓을 섞어가며 “(이 보조부품) 포함해서 (직경이) 8m인가” 등 부품의 크기나 작동 방식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북한이 무기전시장 투어로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전 수행에 필요한 각종 무기 세일즈를 했다면, 러시아는 북한이 두 차례나 연이어 실패한 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대목이다. 오상현 기자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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