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도서관서 소설 읽으며 키운 꿈" 17세 강제 혼인 고통 견딘 힘
고등학생 공쿠르상 수상작 '참지 않는 여자들'
사헬 지역 여성들 고통 생생하게 담아
"예상치 못한 한국 독자들의 공감 듣고
가부장제, 세계 보편적 문제임을 깨달아"
"저희 동네 유일한 도서관은 성당에 있었어요. 저는 무슬림이라 몰래 벽을 넘어 들어가서 책을 읽었죠. 책 안에는 제가 사는 작은 마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습니다. 조혼 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 증세도 있던 제게 책은 유일한 위안, 도피처였습니다."
열일곱.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나이에 50대의 남자와 강제로 혼인을 한 소녀.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사막 남쪽 지역)에서는 흔한 그 비극을 자일리 아마두 아말(48)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작가'로 불린다.
8~13일 한강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그를 12일 노들섬에서 만났다. 그는 "말 그대로 문학이 나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고통을 견디고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이 문학이라는 것을 강조한 셈. 그는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게 이야기의 힘"이라고 믿는다.
아말 작가는 고통의 탈출구로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은 글쓰기의 힘으로 "여성들이 하는 말을 대신 해줌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해가고 있다. 첫 소설 '왈란데: 한 남편을 공유하는 법'(2010)으로 단숨에 아프리카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했다. 한국에는 세 번째 소설 '참지 않는 여자들'(2023·율리시즈)이 출간됐다. 일부다처제, 조혼 등으로 고통받는 사헬 지역 여성들의 현실과 그들의 용기를 그린 소설로, 전 세계 35여 개 언어로 출간된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책으로 프랑스에서 '2020년 고등학생을 위한 공쿠르상' 등을 수상했다.
"참아라, 딸들아! 인내해라! 인내심이야말로 결혼생활과 인생의 유일한 가치다." 소설 '참지 않는 여자들'은 첫 문장부터 인상적이다. 여성에게 일부다처제도 남편의 폭력도 모두 참으라고 강요하는 무슬림과 전통 풀라쿠(사헬 지대 거주하는 풀라니족의 전통적인 행동규범)의 억압적 현실을 함축한다.
작가에게는 금기를 넘어섰다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사회 분위기상 성적 문제를 다루지 못하던 작가가 부부 강간 장면을 써냈다. 그는 "밤늦게 글을 쓰며 오열을 할 정도"로 자신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정확한 언어로 현실을 보여주고 내가 느낀 감정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해서 "폭력을 매일 겪는 여성들에게 '내가 여기서 (빠져) 나왔다면 당신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아프리카 사헬 지역의 문화적 특색이 강하게 반영된 책이라 한국 독자들의 공감은 예상 밖이었다. 선진국인 한국에는 가부장제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는 아말은 "한국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고 독자들이 말했다"며 "(가부장제와 여성 인권 등이) 전 세계 여성에게 보편적인 문제라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말은 여성 단체 '사헬의 여성' 수장도 맡고 있다. 글쓰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 변화를 위한 실천에도 나선 것. "첫 소설을 쓰고 며칠간은 내가 참 좋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느꼈지만 이내 '이것으로 충분한가'를 자문한 끝에 2012년 설립한 단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약 500명의 여아 교육을 돕고 도서관 설립, 강제 조혼 반대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식량안보가 위협을 받고, 테러집단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그는 말했다.
작가로서의 시선도 확장하고 있다. 최신작 '사헬의 심장'(2020)은 여성 문제를 비롯해 테러, 기후 위기, 계급 등의 문제들을 다룬다. 한국어판 출간 계획은 없을까. "멋진 기사가 나오면 출판사가 흥미를 갖고 서두르지 않을까요."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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