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빌 게이츠 ‘테슬라 공매도’에 폭발…“환경 위한다더니 위선”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9. 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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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전기서 두 사람 관계 틀어진 내막 공개
테슬라 주식 공매도한 빌 게이츠 ‘위선자’ 비난
“기후문제 해결한다며 전기차 실패에 베팅해”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3만8000원
‘지구에서 가장 문제적 인간’을 2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천재 수집가’
지구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간, 일론 머스크의 공식 전기가 나왔다. 저자는 ‘천재 수집가’ 월터 아이작슨 전 ‘타임’ 편집장. 스티브 잡스를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라 썼던 그의 수집품에 들기만 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머스크를 2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 등 130여명을 만나 전기를 완성한 아이작슨에 따르면 머스크는 “결점으로 주조됐지만, 대담함과 자만심으로 상상을 모두 현실로 만드는 천재”이며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만한 미친 사람”이다.
착륙한 팰컨의 부스터를 살피는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76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시작부터 펀치가 묵직하다. 머스크가 자란 1980년대 남아공은 기관총 난사나 칼부림 사건이 빈번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이 있는데다, 체격이 작고 공감능력이 떨어진 그는 학교에서 매일 두들겨 맞아 어른이 되서도 코 교정수술을 받아야 했다. 불한당인 아버지 에롤의 정서적 학대는 더 심했다. 아들의 얼굴을 묵사발 낸 학생의 편을 들 정도였다. 다정함과 폭언을 오가는 ‘지킬앤하이드’의 아들로 자란 머스크는 그 망령을 떨치지 못했다. 성장기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그의 기분은 밝음과 어두움, 강렬함과 얼빠짐, 세심함과 무심함을 주기적으로 넘나들었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악마 모드’에 빠져들곤 했다.

지옥 같은 시기였던 2008년, 스페이스X 로켓의 처음 세 차례 발사가 모두 실패하고 테슬라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때 밤마다 깨어 아내에게 아버지처럼 욕설을 퍼부었다. 두번째 부인 탈룰라 라일리는 말한다.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어린아이가 있는 거죠. 아버지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가.”

비록 머스크는 “나를 키운 것이 역경이었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지요”라고 고백하지만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틸은 “리스크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평한다.

SF소설을 읽고, 평생 인공지능의 인류 위협을 염려해
테슬라 공장에서 샘 올트먼과 함께 한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머스크는 열한살에는 돈을 모아 컴퓨터를 샀고, 60시간의 BASIC 학습 과정을 잠을 자지않고 3일만에 끝냈다. 열세살에는 독학으로 익힌 코딩으로 비디오 게임 ‘블래스타’를 만들었다. 잡지사에 500달러를 받고 게임을 판 그는 평생 비디오 게임에 중독됐다. 고교시절엔 물리학과 수학을 잘했고, 독서가 안식처였다.

만화책도 탐닉해서 철제 수트를 입고 세상을 구하려 애쓰는 슈퍼히어로를 특별히 좋아했다. 교회에선 신성모독적 질문이나 일삼았지만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은 좋아했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가장 좋아한 책이었는데, 달에 범죄자들을 보내 건설한 식민지에 관한 SF다. 유머 감각이 있는 마이크라는 슈퍼컴퓨터가 관리하는 식민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그 컴퓨터는 자신의 생명을 희생시킨다. 이 책은 그의 삶의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인공지능(AI)는 과연 인류를 보호하고 이롭게 할까, 아니면 인간에게 위협이 될까. 인류를 해치는 AI에 대한 염려는 훗날 그가 AI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친구였던 래리 페이지와 멀어지고 샘 올트만과는 원수 사이가 되게 만들고 만다.

머스크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천재다. 대학시절 은행 인턴을 한 뒤 남의 밑에서 일하는걸 못한다는걸 깨닫고 경영학을 전공했고, 게임회사에서 일해 본 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창업가의 길을 택했다. 반복된 성공 경험은 그를 비현실적 데드라인으로 내몰고 직원들을 몰아붙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머스크의 인생은, 셀 수 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와 성공이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같다. 너무 많이 알려진 그의 삶에서, 숨겨졌던 몇가지 퍼즐 조각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가 본업에서 벗어나 최근 몰두하고 있는 트위터와 인공지능(AI)에 관한 서술이 집중된 마지막 몇 장은 그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프리몬트 공장의 주피터 회의실에서 로켓 발사와 테슬라 생산 현황을 동시에 지켜보는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테슬라를 공매도 하다니…빌 게이츠는 얼간이”
그와 불화한 거물의 목록은 끝없이 길다. 빌 게이츠와도 교류한 적 있다. 바보를 참지 못하는 성격의 둘은 충돌한다. 기부 제안을 위해 오스틴 공장을 찾은 게이츠는 배터리와 태양에너지가 기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머스크는 핵전쟁을 대비해 화성 이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의 자선활동에 대한 제안을 커스크는 “허튼 수작”이라고 폄하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테슬라가 더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이츠는 테슬라를 대량으로 공매도 해서 15억 달러 이상 손실을 입은 상태였는데, 그 얘기를 듣고 공매도 세력을 지옥에 보내고 싶어했던 머스크는 화를 참지 못했다. 기후변화를 위한다며 전기차 기업에 역베팅하는 게이츠를 위선자이며 얼간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충하이 보아오 포럼에서 빌 게이츠와 만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 비화도 등장한다. 2022년 초, 이사회 참여 제안을 받은 상태였지만 그는 ‘완전한 통제’를 원해 적대적 인수를 결심한다. 아이작슨은 인수 동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세월, 어둠에 갇히거나 위협을 느낄 때마다 머스크에게는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악몽이 되살아나곤 했다. 그런 그가 이제 놀이터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결점과 장점을 숨기지 않고 머스크의 ‘입체적 얼굴’을 조감한 아이작슨은 이 남자를 이렇게 판단한다. “만약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과 모형 자동차 앞에 있는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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