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 금지?...혼란 부추기는 금융위
FIU "특금법 준수 땐 배제할 이유 없어"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이하 가상자산법)'이 시행되면 예치·운용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발언해 시장과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가상자산 실무를 맡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도 해당 발언을 부인하면서, 신중해야 할 당국이 오히려 혼란을 조장하고 투자자를 불안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커스터디는 가능, 예치·운용은 불가능"
14일 업계에 따르면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최근 열린 대검찰청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는 가상자산법 제7조2항에 어긋난다"고 발언했다. 이날 박 국장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추진 경과 및 내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가상자산 관련 첫 단독 법안인 가상자산법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가상자산법 제7조 2항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자산과 동일한 종류의 수량과 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도록 한다.
본지가 입수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박 국장은 "가상자산업자가 고객이 위탁한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제3자에게 예치해 운용하는 행위 자체가 이 조항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상자산 예치·운용서비스는 고객이 상환을 요구했을 때 이에 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이 위탁한 자산이 아니라 자신의 가상자산으로 예치·운용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는 따로 의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해석에 따르면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기존의 '헤이비트'나 '델리오'처럼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예치받아 외부로 보내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 박 국장은 보안기준을 충족하는 제3의 기관에 가상자산을 위탁·보관하는 행위, 즉 커스터디는 가능하다고 봤다.
FIU "확인 어렵다"...금융위도 "공식입장 아냐"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업무를 맡은 FIU 가상자산조사과 관계자는 박 국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그는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받으면 심사를 거칠 것이고, 만일 예치·보관행위가 특금법을 준수한다면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박 국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 대변인실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금융위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가상자산법이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를 완전히 금지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문구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드시 개인키를 가지고 있는 지갑에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외부로 보내더라도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긴다 하더라도 내 재산임을 누구나 알고, 은행도 돈을 운용해서 이자를 주지 않느냐"면서 "고객이 예치한 자산을,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다른 기관에 위탁해뒀다면 실질적으로 보유한다는 개념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더하는 발언에 업계 '혼란'
해당 발언으로 인해 가상자산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델리오·하루인베스트 사태로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의 앞날이 불확실한 데다, 확실한 유권 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는 금융위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라 더욱 파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서비스 불가 발언 이후 주위 사업자들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예치 금지는 비단 해당사업 뿐만 아니라, 관련법의 해석에 따라 스테이킹, 운용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당국의 정확한 스탠스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길을 안내하는 당국이 오히려 갈팡질팡하니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업라이즈는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가상자산법의 사전 준수를 위해서라며 지난달 예치 서비스 헤이비트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당시 업라이즈는 가상자산법 7조 2항과 관련해 "당국은 예치된 자산과 동종 및 동일한 수량의 가상자산을 외부 거래소로 보내 운용할 수 없고 그대로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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