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은 유니티 가격 정책 "게임 업계 풀뿌리 고사 우려"

박명기 기자 2023. 9. 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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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 적용, 인디게임-소형게임사 허탈 넘어 분노 표출

"지금도 부담되는 상황인데 인스톨 비용까지 추가로 내라고요?"

게임 개발에 자주 쓰이는 콘텐츠 제작 엔진 유니티(Unity)가 갑작스럽게 새 가격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 고객층인 인디게임과 소형게임사들이 허탈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유니티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자사 블로그에서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는 새 가격정책을 공개했다. 핵심은 '판매량'이 아닌 이용자 '다운로드 수'를 기반으로 하는 과금 체계 변화다. 

무료 이용자와 소규모 개발팀용인 '유니티 플러스' 구독자가 유니티로 게임을 만들어 매출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 이상을 낸 경우 20만 다운로드 이상부터 설치 1건당 20센트의 요금이 부과된다.

기업용인 '유니티 프로' 또는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구독자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총 누적 설치 횟수가 100만 회 이상인 게임부터 건당 적게는 1센트부터 많게는 15센트의 요금을 내야 한다.

■ "유니티는 죽었다" "인디 멸망 시대 왔다" 등 분노

그동안 유니티는 기업의 매출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왔다. 다운로드 수에 대해서는 과금하지 않았다. 유니티 런타임 요금이 부과하는 기준은 게임이 지난 12개월 간 최소 매출기준을 초과하며, 게임이 총 누적 설치 회수를 초과할 때다.

새 가격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인디 개발자와 소형게임사들이다. 외국 매체인 '게임개발자닷컴'은 'The Death of Unity'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유니티 가격정책을 비판했다. 리치티엘로 대표가 콘솔 및 대형게임만 좋아하는 EA 출신이라서 모바일게임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히트 시그니처'의 디자이너이자 코더인 톰 프랜시스는 "이번 가격변화는 미친 듯이 더러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큰 불만은 새로운 요금 체제가 아니라 유니티 측이 이미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을 출시한 개발자들에게 '차후에 수수료를 내는' 새 요금정책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인디멸망시대가 왔다"는 국내 한 개발자는 "많은 인스톨을 기반으로 광고 매출 올리는 인디와 소형게임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다. '호요버스' 다운로드 수 보고 배 아파서 새 정책을 시행했는데 초가집을 다 불태우는 느낌"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다른 한 개발자는 "지금도 유니티 가격 정책으로 부담이 적지 않은데 돈 벌어서 엔진사에 갖다주는 형국이다. 무료로 배포하고 일부 유저들의 매출을 기대하는데 엔진 가격정책이 산업의 수익모델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존 리치티엘로 유니티CEO. 사진=김성회의 G지식백과 유튜브 캡처

■ 다운로드 가격 정책 재고해야

월간 25억 명 이용자 세계 1위 게임엔진사 유니티의 새 가격정책의 시행은 지난 분기 약 2500억원 적자 등 회사 실적과 깊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경쟁사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가격정책을 비판해왔던 유니티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정책을 바꾼 점이 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리얼은 처음부터 규모가 있는 회사는 비싸면서도 로열티를 받고, 저렴한 회사에는 공짜로 해온 정책을 시행해왔다. 유니티는 언리얼에 대해 "우리는 로열티 안받는다"고 지적해왔다.  

스티븐 토틸로 '액시오스 게이밍'의 저자는 X(트위터)에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유니티를 통해 히트 게임을 만들면 수익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경쟁사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나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해 게임 개발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들었다"고 전했다. 

인디 개발자 토니 고랜드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개발 기간이 2년이 지난 후 게임이 성공하면 백엔드 세금을 추가할 수 있다고요? 아니죠"라고 반발했다. 유니티는 블로그에서 이를 '런타임 수수료'라고 칭했다.

국내 개발자 배효성 씨는 커뮤니티에서 "유니티가 선을 넘네요. 유니티 전성시대의 끝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다른 개발자 신보식 씨 역시 "요금정책이 너무 복잡하고 추정하기 힘들어서...계산하다가 다른 엔진으로 갈아타겠네요"라고 말했다. 

스티븐 토틸로 '액시오스 게이밍(Axios Gaming)'의 저자의 X 캡처

전세계 게임개발자들에게 핫 이슈로 등장한 유니티 가격 정책 변화는 인디와 중소개발자 측에서는 회사 존망을 좌우하는 치명타라고 보인다. 특히 소급적용만 안되었어도 논란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반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득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융합콘텐츠스쿨 교수는 "유니티는 그간 합리적인 가격정책으로 인디게임 입문자부터 대기업에 걸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앞으로 얼마를 내야 되는 것인지 예측할 수 없어 많은 사용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언리얼 엔진이나 고도 엔진과 같은 대체제가 있는 만큼 이용자들과 소통을 강화해 빠르게 여론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이번 유니티 가격정책 변경에 반대한다. 소프트웨어 사용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운로드마다 가격을 매긴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하거나 인디게임사나 중소게임업체를 위한 특단의 완화 정책을 세워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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