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진지 얼마 안 됐는데"…충북 공공시설 부실시공 수두룩
"나눠먹기식 업체선정 혈세 낭비"…지자체 관리·감독 책임 강화해야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이성민 기자 = 지역 건설업체에 우선권을 부여해 건립된 지자체의 공공시설 건물에서 부실 또는 하자 시공이 빈발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만으로 시공능력과 무관하게 '나눠먹기'식으로 업체 선정을 하는 것은 혈세 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사 현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대형 공사인 경우 안전에 초점을 맞춰 시공사 선정 폭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건축 9년 만에 자연학습원 붕괴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어진 지 10년도 안 된 괴산군 소재 청소년수련시설 자연학습원이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사용 중지 처분을 받았다.
본관동은 전반적으로 구조물의 내력이 부족하고, 콘크리트 내구성은 불량해 건물 전체를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1982년 문을 연 자연학습원은 건물이 낡고 오래돼 도가 10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013년 12월 재건축됐다.
해당 시설은 청주 모 건설업체가 시공을 맡았는데 "재건축에 중고 자재와 강도가 떨어지는 마사토가 사용됐다"는 등의 부실시공 의혹이 건축 과정에서 제기되며 잡음이 일기도 했다.
당시 도가 정밀진단을 의뢰해 강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난해 10월 규모 4.1의 괴산 지진 직후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2층 통로가 붕괴하는 피해를 봤다.
도는 재건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철거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부실시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손해배상 등 시공사를 상대로 법정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빗물 새는 도서관·금 간 박물관…하자 잇따라
새로 지은 도내 공공시설에서 결함이 발생한 경우는 괴산 뿐만이 아니다.
165억원이 투입돼 충북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은 오창 호수도서관은 개관한 지 석 달 만인 2016년 8월 빗물이 줄줄 새고 지하 주차장에서 물이 역류하는 등 하자가 드러나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도서관 시공권은 음성에 있는 한 건설업체가 따냈는데, 당시 도 또는 세종시에 영업소재지를 둔 업체에만 입찰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청주 모 건설사가 162억원의 세금으로 지은 제천 의림지 역사박물관은 개관전부터 누수 현상이 발생해 부실시공 논란에 휘말렸다.
제천 지역 한 기초의원은 시의회 정례회에서 "각종 유물이 지나가야 하는 하역장 벽면에선 균열이, 건물 안팎으로는 땜질식 공사 흔적이 발견돼 새 건물인지 오래된 건물인지 분간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시는 박물관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여 문제가 된 부분을 보수했다.
관급공사에 많이 참여한 청주의 한 건설업체는 도로포장 공사를 하면서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기준보다 적게 사용하는 등 부실시공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건설업체 육성을 위해 관급공사 시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며 "지역 건설업체가 대형 건설업체보다 시공 능력이 떨어진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부실시공이 잇따르고 있어 자칫 큰 사고가 나는 거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리·감독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시공사 선정 등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자체와 공사 업체 간의 유착관계를 지적하는 뉴스가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시공 능력과 상관없는 나눠먹기식의 업체 선정은 암묵적인 규칙"이라며 "이는 결국 혈세 낭비와 부실시공 등으로 건물 완성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규모가 큰 공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지 않고 전국 단위로 입찰을 진행하는 등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홍정욱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과 부교수는 "규모가 작은 시공사들이 당장의 이익을 좇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이들의 시공 이력을 지자체에서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며 "부실시공을 한 업체에 대해선 다음 입찰에 제한을 주는 등 페널티를 가하는 한편 잘한 업체는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공사 허가권자인 지자체가 나서지 않고 민간 용역업체에 감리 업무를 전적으로 맡기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현장에 나가 점검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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