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컴백, 쾌활한 보이넥스트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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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는 지코가 프로듀싱하는 하이브 산하 코즈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이다.
5월 데뷔 싱글 이후 선보인 첫 미니앨범 'WHY..'는 '뭣 같아'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고 지질한 이야기를 할 때일수록 일부러라도 더 웃어 보이는, 현실적인 1020세대 남성의 어떤 '쿨'이 재연된다.
단번에 귀에 꽂히는 후렴보다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심경 고백을 의식의 흐름처럼 잇는 곡 구조가 그래서 더 적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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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건 곡이 유난히 분절적이라는 점이다. 첫 랩을 제외하면 하나의 모티프가 4마디를 넘어가는 법이 없다.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이 곡은 1절에서도 후렴에 들어서기 전 2개의 모티프로 된 프리코러스(pre-chorus)를 들려주고, 다시 두 마디씩 서로 다른 두 구간을 덧댄 다음에야 네 마디씩 두 덩어리가 합쳐진 후렴을 들려준다.
2절도 딴판으로 전개되고, 프리코러스는 1절과 전혀 다른 가사로 또 다른 낯선 느낌을 준다. 2절 후렴 뒤에는 후렴의 반복을 생략하면서까지 새로운 모티프를 4개나 연이으며 마무리해버린다. 2분 56초짜리 곡에서 10개 넘는 모티프가 빠르게 전환되며 이어지는 셈이다.
곡 흐름을 만드는 기타의 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틱톡 등 '숏폼' 시대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대목마다 표현되는 심경도 달라 곡을 어디서 잘라내느냐에 따라 상이한 무드와 맥락이 성립할 수 있을 만하다. 후렴이 2번밖에 등장하지 않는 점을 포함해 곡 전체를 감상했을 때 청자를 단숨에 확실하게 사로잡는 구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곡은 상이한 맥락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어떤 리듬감을 구성해낸다. 반복해 들어 친숙해질수록 더 집중력이 생기는 곡이다. 이 곡의 분절성만큼이나 그 연결에도 주목할 만한 이유다.그 비결 중 하나는 기타다. 묵직하게 일그러진 톤으로 펑키하게 리듬을 이루는 이 기타는 대목이 변할 때마다 변덕스럽게, 다재다능하게 연주를 바꾸며 흐름을 만든다. 또한 곡 전체를 하나의 밴드가 연주하는 것처럼 통일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최종적으로 감싸는 것은 곡이 그리는 인물상의 완결성이다. 그는 원래 욕을 좀 했고, 헤어진 여자친구의 눈물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모범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것마저 생생함이 된다. 이는 곡의 무드가 전하는 느긋한 민첩함과 아이러니가 멤버들의 랩·보컬에 담긴 칼칼한 질감과 '날티'에 결합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고 지질한 이야기를 할 때일수록 일부러라도 더 웃어 보이는, 현실적인 1020세대 남성의 어떤 '쿨'이 재연된다. 프로듀싱과 작사, 아티스트의 수행이 모두 흔들림 없이 수렴하는 지점이 그것이다.
곡은 후회와 그리움, 원한과 조롱, 체념과 미련, 허무와 로맨티시즘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을 손에 잡힐 듯 그려 보인다. 단번에 귀에 꽂히는 후렴보다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심경 고백을 의식의 흐름처럼 잇는 곡 구조가 그래서 더 적확하게 느껴진다. 아이돌답게 조금은 안전하지만 그룹 이름인 '옆집 소년들'처럼 실재하는 인물, 그리고 그로부터 직접 듣는 이야기 같은 기분을 더하기 때문이다. 이상화된 인간을 보여주는 아이돌 산업에서 간만에 느껴보는 현실감과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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