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공짜 간식이 나쁜 이유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2023. 9. 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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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의 멍냥대백과]
반려견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무분별하게 주는 ‘공짜 간식’은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 약속을 깨는 결과를 초래한다. [GettyImages]
평소 진료를 보거나 강의를 할 때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주로 언제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나요?" 그럼 여러 답변이 나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

"내가 외출할 때!"

"출출해 보일 때!"

"미안하고 안쓰러울 때!"

불러도 오지 않는 강아지 된다

보호자들은 이렇듯 제각기 다른 이유로 반려견에게 자주 간식을 줍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잘못된 간식 지급 방식입니다. 규칙과 규율을 잘 지켜서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먹게 되는 '공짜 간식'이기 때문입니다. 반려견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방법은 이처럼 무분별하게 간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아주고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간식이 반려견 행복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반려견에게 간식을 지급할 타당한 기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있습니다. 일부러 간식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정해진 장소에 배변했을 때,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바로 왔을 때 등 잘한 일에 대해 보상으로 간식을 지급하면 훈련을 겸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대문 밖을 지나갈 때 반려견이 자주 짖는다면 "막둥아 누가 왔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하지만 앉아"라고 말한 다음 지시에 잘 따를 경우 간식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후에는 대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도 반려견이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게 됩니다.

반면에 공짜 간식은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 약속을 깨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일단 공짜 간식은 반려견을 불러도 오지 않는 강아지로 만듭니다. 그때 보호자에게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간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려견에게 자기 이름과 "이리 와"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가 돼야 하는데, 공짜 간식은 이를 방해하고 보상체계를 무너뜨립니다. 종종 주위에서 불러도 오지 않는 반려견에게 윽박지르는 보호자를 볼 수 있는데요. "야! 이리 와!" "얼른 이리 오라고!" 이렇게 큰소리로 부르면 강아지는 보호자 쪽을 한 번쯤 쳐다는 봅니다. 하지만 보호자 얼굴을 한 번 쓱 보고는 휙 돌아서버립니다. 대체로 공짜 간식에 노출돼 있어 보호자 지시를 좀처럼 듣지 않는 경우입니다.

보상으로만 간식 지급해야

반려견이 생후 7개월 정도 되면 간식을 통해 보상체계와 규칙, 약속을 완성해야 한다. [GettyImages]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공짜 간식을 줄이고 보상으로만 간식을 지급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반려견은 자신이 경험한 대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합니다. 따라서 어떤 지시를 하려면 그에 앞서 반려견으로 하여금 "이렇게 하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교육법은 간단합니다. 처음에는 이름을 부른 뒤 바로 간식을 주고, 이것이 익숙해지면 이름을 부른 뒤 보호자를 쳐다볼 때 또 간식으로 보상을 해주면 됩니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보상하지 않아도 반려견이 자신의 이름에 반응합니다.

때때로 반려견과 산책하다가 목줄(리드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이때 "이리 와"라는 말에 반려견이 보호자 곁으로 다가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간혹 "이리 와"라는 말에 오긴 오는데, 왔다가 금방 도망가버리는 반려견이 있습니다. 이는 평상시 훈련 때 반려견이 곁으로 오자마자 너무 성급하게 보상을 줬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따라서 "이리 와"라고 지시한 뒤 반려견이 몇 초가량 보호자 주변에 머무르거나, 보호자가 손으로 반려견의 목줄을 잡은 다음 간식으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보호자가 반려견을 부르지 않은 상황에서 반려견이 다가올 때는 보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소형견은 1세 정도면 정신적으로 성견 수준이 되고 철이 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말 그대로 성견, 다 큰 강아지 수준의 판단력을 갖기까지 1년이면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반려견이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에 해당하는 생후 7개월부터는 간식으로 보상체계와 규칙, 약속을 완성해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 보호자의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1세가 넘은 경우라도 보호자가 반복적으로 훈련한다면 어린 강아지보다는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리 와" 같은 지시에 따르게 됩니다.

사람에게 노력과 그에 따른 보상이 중요한 것처럼 반려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주일 동안 일한 뒤 주말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한 달 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듯이, 반려견에게도 공짜 간식보다 훈련과 그에 따른 간식이라는 행복한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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