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좋아했던 작곡가… 인생 격랑 속에서 탄생한 ‘인상주의 걸작’[이 남자의 클래식]

2023. 9.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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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는 '좋은 시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다.

19세기 말 유럽은 사회, 경제, 과학 기술 등 전 분야에 있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번영과 풍요로움 속에서 예술 또한 그 꽃을 피워냈다.

드뷔시는 이 작품에서 실제 바다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청자로 하여금 그가 동경했을 바다의 본질적인 모습을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마주하듯 강렬한 직관적 감상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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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드뷔시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
가르치던 학생의 어머니와 사랑
아내는 배신감에 극단선택 시도
소용돌이서 벗어나려 도피 여행
있는 그대로 바다 표현하기보다
일본 화가 판화서 영감받아 작곡

‘벨 에포크’는 ‘좋은 시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다. 19세기 말 유럽은 사회, 경제, 과학 기술 등 전 분야에 있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번영과 풍요로움 속에서 예술 또한 그 꽃을 피워냈다. 예술가들은 이전의 예술사조인 낭만주의에 반발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문학에서는 상징주의, 미술에서는 인상주의를 탄생하게 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찰나의 순간들을 화폭에 고정하게 했다면 그 순간들을 음악으로 담아낸 이도 있었다. 바로 클로드 드뷔시다.

드뷔시는 상징주의 작가들이나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통적인 작법이나 기교에 갇히길 강력히 거부했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악상들을 그저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과 무의식의 세계를 담아 몽환적으로 그려내길 추구했다. 이렇게 탄생한 사조가 바로 인상주의 음악인 것이다. 드뷔시의 작품 중 인상주의 음악의 태동을 알리는 ‘달빛’이나 인상주의 음악의 시금석과도 같은 ‘목신의 오후’는 한국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덜 알려진 교향시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야말로 드뷔시의 인상주의 음악에 있어 최절정인 원숙기에 작곡된 걸작 중의 걸작이다.

1902년 드뷔시는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굳건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음악 수준이 최고조에 도달했던 시기 드뷔시는 차기작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창작으로부터의 도피였을까. 결혼생활 중에도 끊이지 않았던 외도로 사회적 물의와 비난을 몰고 다녔던 드뷔시는 또다시 문제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바로 드뷔시가 가르치던 학생의 어머니였던 엠마 바르닥(1862∼1934)이란 이름의 여성이었다. 심지어 엠마 바르닥 역시 가정이 있는 유부녀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드뷔시 아내 릴리의 귀에까지 전해졌고 배신감을 견뎌내지 못한 릴리는 급기야 권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까지에 이르렀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1904년 이 한바탕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자 드뷔시는 엠마 바르닥과 함께 저지섬으로 도피여행을 떠나게 되고 1905년 다시 파리로 돌아왔을 땐 드뷔시와 엠마 바르닥은 사실상 부부가 돼 있었다. 이견이 없을 부도덕한 행태지만 드뷔시에게 있어선 인생의 격랑과도 같던 시기이자 작가로서 정점인 원숙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작곡된 작품이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다.

드뷔시는 바다를 좋아했던 작곡가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그의 인상주의 작풍은 묘사를 통한 구체적인 표현으로 노래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모티브 또한 그의 눈과 귀에 담겼던 바다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안에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 아래에서’라는 판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힘으론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거센 파도, 고요함 속에서 언제라도 급변할 수 있는 바다의 웅장함과 불안정의 인상을 담아낸 것이라 해석되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드뷔시 ‘바다, 3개의 교향적 스케치’

1904년 작곡되어 자크 뒤랑에게 헌정됐다. 카뮈 슈비야르가 지휘하는 라무뢰 관현악단에 의해 1905년 10월 15일 초연됐다. 드뷔시는 이 작품에서 실제 바다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청자로 하여금 그가 동경했을 바다의 본질적인 모습을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마주하듯 강렬한 직관적 감상을 받게 한다. 작품은 총 세 부분으로 제1악장 ‘해상의 새벽에서 정오까지’, 제2악장 ‘파도의 유희’, 제3악장 ‘바람과 바다와의 대화’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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