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퓨전] '작고, 강한' 핵융합장치로 전세계에 전력 공급한다

데븐스=박건희 기자 2023. 9.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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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 스핀오프 '커먼웰스퓨전시스템' 현장을 가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데븐스에 위치한 CFS 전경. CFS 제공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세계 최대 핵융합실험로라면 미국의 핵융합에너지 스타트업 기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CFS)의 스파크(SPARC)는 가장 작고, 가장 간편한 핵융합로를 지향한다. 이들의 목표는 전 세계에 1만 개 이상의 핵융합에너지 발전소를 설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국제 사회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플라즈마 과학·융합 센터(PSFC)가 핵융합에너지의 상업화를 목표로 2018년 설립한 스핀오프(spin-off) 기업 CFS는 매사추세츠주 서쪽 데븐스에 위치해 있다. 회사 부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울창한 숲과 들판 뿐이어서, 이곳에서 핵융합 실험이 한창일 거라곤 상상하기 어렵다. 

CFS의 로고는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토카막을 나타낸다. 데븐스=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 '작고 강한' 핵융합 장치 'SPARC' 개발...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

사무동을 가로질러 후문을 열면 약 8000제곱미터(m2) 너비의 대지에 SPARC를 제작하는 공장 건설 현장이 펼쳐진다. SPARC는 고온 초전도(HTS) 자석을 사용한 도넛 모양의 토카막 장치다. ITER나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에 쓰는 초전도자석이 영하 268도의 환경을 요하는 것과 달리 HTS는 비교적 높은 온도인 영하 약 200도에서 자기장을 만든다. '고온' 초전도자석이라 불리는 이유다.

고온 초전도자석은 SPARC의 핵심 기술이다. 지금까지 고온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핵융합 에너지 생산을 시도한 곳은 없었다.  고진석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고성능플라즈마연구팀 책임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핵융합에너지의 효율은 토카막 크기와 자기장 세기의 곱에 다른 인수들을 곱해 구한다. 토카막이 크거나 자기장이 세야 투입 대비 높은 에너지를 생산(자기점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온 초전도자석이 없었던 ITER 초기 개발 단계에선 자기장의 세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기에 토카막 자체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고온 초전도자석 HTS를 사용한 SPARC의 크기는 가로 약 4미터, 세로 약 2미터로 ITER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토카막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자기장 세기를 키웠다.  SPARC의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전체적인 총괄을 맡고 있는 알렉스 크릴리 박사는 "20테슬라(T)에 이르는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함에도 장치의 크기 자체는 작기 때문에 훨씬 설치가 쉽고 제작 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HTS의 성능 입증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SPARC 설계에 돌입한 CFS는 2025년 초 첫 플라즈마 생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2020년 스파크의 자기점화가 가능함을 이론적으로 확인했지만 실제 플라즈마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완성이 되고 나면 약 50~1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토카막 장치를 비롯해 제어 시설, 전기에너지 공급 시스템, 쿨링 시스템, 에너지 저장소 등 SPARC 가동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건설 중이다.

완성된 SPARC의 모습을 묘사한 일러스트. CFS 제공
SPARC 건설 현장을 가리키며 소개 중인 알렉스 크릴리 박사. 데븐스=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 SPARC 다음은 핵융합에너지 발전소 '아크(ARC)' , 전 세계 공급한다 

SPARC가 계획대로 첫 플라즈마를 생산해낸다면, 다음 단계는 핵융합에너지 발전소인 아크(ARC) 건설이다. 말 그대로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와 같은 형태의 핵융합에너지 발전소다. SPARC가 만드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CFS는 2030년에서 2040년 사이 핵융합에너지 발전소 모델인 ARC를 완성해 발전소의 설계, 디자인, 토카막 장치, 그 외 부가기술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 전 세계 발전소, 에너지 기업 등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ARC의 크기는 현존하는 화력발전소의 크기와 비슷하거나 작다. 기존 발전소에 아크의 설계와 기술만 '이식'함으로써 원래의 기술력과 인력을 그대로 활용해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RC 상용화의 핵심이다.  밥 멈가드 CFS 최고경영자(CEO)는 "CFS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에 핵융합 에너지 발전소를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태양광 에너지, 석탄 에너지, 원자력발전소 등에 더해 핵융합 에너지라는 에너지원라는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CFS의 벽면 곳곳에는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설명과 CFS의 목표가 그려져 있다. 데븐스=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밥 멈가드 CFS CEO. CFS 제공

● '핵분열'과의 차이에 대한 대중적 인식 필요… 기술 발전에 맞춘 제도 준비돼야 

멈가드 CEO는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낮은 가격대와 쉬운 설치 기술로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전 세계 에너지 산업계에서 가장 빨리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핵융합이 아직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엔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며 "핵융합 에너지가 하나의 대안으로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대중적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핵융합이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에너지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기존의 석탄 ·가스에너지와도 다르다는 점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융합기를 가리킬 때 가급적 '리액터(reactor)'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리액터는 보통 원자력에너지 발전에서 핵분열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데, 이 같은 개념을 계속 사용하면 오히려 핵분열과 핵융합 간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본격적인 핵융합 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위한 정부의 규제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허가받기 위해선 이를 규제하는 적합한 법령이 있어야 하는데, 몇 년 전만 해도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기존 원자력 발전이나 석탄에너지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로부터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중적 합의를 토대로 신중하게 규제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핵융합 발전소에 대한 독자적인 규제 법령을 갖추고 있다. 한국 핵융합연도 최근 안전기준 도출을 위한 안전규제 연구에 착수했다. 2030년까지 기술규제요건과 절차적 규제지침요건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멈가드 CEO는 "기술은 준비가 됐는데 규제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발전소를 도입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국민이 핵융합 에너지가 '이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지을 수 없다"며 "바로 이 지점이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데븐스=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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