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사람들의 ‘죽은 빵 살리는 기술’ …빵의 재활용에 담긴 가치와 윤리 [으른들의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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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리 기기 중에 '죽은 빵도 살리는', '감동의 토스터' 등 토스터기의 혁명으로 여겨지는 기기가 있다.
이 기술은 오래된 빵에 부족했던 수분을 보충해 부드러운 식감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오래된 빵은 촉촉한 식감을 내기 위해 계란이나 우유에 적셔 다시 요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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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요즘 요리 기기 중에 ‘죽은 빵도 살리는’, ‘감동의 토스터’ 등 토스터기의 혁명으로 여겨지는 기기가 있다. 이 기기는 출시되자 마자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입소문으로만 전해진 ‘죽은 빵도 살리는’ 기능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이 토스터기 핵심은 작은 컵에 담긴 수분이었다. 이 기술은 오래된 빵에 부족했던 수분을 보충해 부드러운 식감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17세기 사람들은 어떻게 죽은 빵을 살렸을까.
파란색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도자기에 든 우유를 냄비에 붓고 있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한 방울의 우유도 흘리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따르고 있다. 바닥에는 발을 데울 목적의 발 난로가 있다. 발 난로에 불그스름한 불씨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여인은 이곳에서 한참 동안 일했던 모양이다.
질감 묘사와 디테일의 천재
이 작품은 질감이 강조된 그림이다. 두꺼운 웃옷과 올이 가는 린넨 머리 수건, 식탁보의 빳빳한 특성과 흘러내린 천의 부드러운 특성, 유약 바른 냄비의 특성과 차가운 금속의 특성, 바구니의 거친 질감과 빵의 질감 묘사까지 마치 손으로 만져질 듯 풍부하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1632-1675)는 고체뿐 아니라 쪼르륵 흐르는 액체의 점성까지 묘사했다. 페르메이르의 섬세함은 창문 묘사에서 절정에 이른다. 페르메이르는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까지 계산한 디테일의 천재였다.
빵값으로 치른 그림값
여기 묘사된 빵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빵 가게에서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페르메이르가 43세에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그가 빵가게 주인 헨드리크 반 바이텐(Hendrick van Buyten)에게 꽤 많은 빚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페르메이르 부인은 헨드리크에게 페르메이르 작품 세 점으로 빵값을 갚았다. 오늘날 환율로 계산해 보면 헨드리크는 돈방석에 앉았을 것이다. 그가 작품 보는 눈이 있다면 말이다.
죽은 빵을 되살리는 원조 기술
손잡이가 두 개인 냄비는 노르트브라반트의 오스터하우트 마을에서 주로 생산된 도기이며 오븐에 넣거나 장시간 요리에 적합한 용기다.
하녀가 지금 준비하는 요리는 우유와 계란이 든 커스터드 종류의 요리다. 오래된 빵은 촉촉한 식감을 내기 위해 계란이나 우유에 적셔 다시 요리해야 한다. 하녀는 우유를 부은 냄비에 잘게 쪼갠 빵을 넣고 오븐에 구울 것이다.
빵값을 아낀 여인
하녀는 가난한 페르메이르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어서 빵이 오래되거나 맛이 없다고 버릴 수 없었다. 이 음식에는 빵값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페르메이르네 집안 속사정을 이해한 하녀의 검소함이 드러난다.
하녀의 흐트러짐 없는 신중한 태도, 단정한 복장, 음식을 버리지 않는 청빈함은 17세기 네덜란드 가정의 미덕이다. 따라서 ‘우유 따르는 여인’은 네덜란드 중산층 가정의 윤리적, 사회적 가치를 나타낸다. 이 덕목은 21세기 기술이 복제할 수 없는 정신적 가치였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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