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당국자 “대홍수 사망자, 2만명 이를 수도”···거리 곳곳에 시신 방치
“바다에 시신들 몰려와···상당수 아직 물 속”
도시 곳곳에 시신 방치돼 질병 확산 우려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휩쓴 최악의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2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3일 압둘 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알아라비야TV에 “홍수로 마을 전체가 휩쓸려간 지역 (인구) 숫자를 기준으로 추정했을 때 사망자는 1만8000여명에서 2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리비아 적신월사 등 구호기관은 실종자를 1만여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현재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명이지만, 아직 거리 곳곳에 시신이 방치돼 있는 데다 지중해로 떠내려간 희생자도 많아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도 알바이다 의료센터 소장 압둘 라힘 마지크를 인용해 “사망자가 2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가족 전체가 사망한 경우도 많고, 지방 행정당국의 무능까지 겹치며 사망자 수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비아 당국자들은 홍수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했다. 리비아 동부 정부의 히켐 아부 치쿠아트 민간항공부 장관은 “바다에 끊임없이 시신들이 밀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의 25%가 사라졌다”면서 “사망자 중 상당수가 여전히 물 속에 있다”고 전했다.
데르나에서 구호 활동에 참여 중인 이슬람 아주즈는 이날만 시체 40구가 해안에 떠내려왔다고 전했다.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타예는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와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이 겹쳐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물이 빠진 지역에서 수백여구씩 시신이 발견되고 있지만 이를 수습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질병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알가이티 시장은 “시신 수습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건물 잔해 밑과 물 속에 시신이 너무 많아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은 커녕 시신을 담을 가방조차 부족해 수많은 시신이 담요에 덮힌 채 거리 곳곳에 방치돼 있는 참혹한 현장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수색팀 책임자인 루트피 알 미스라티는 알자지라 방송에 “시신을 담을 가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원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시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당국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신 수백구씩 서둘러 집단 매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 주민들은 데르나에 있는 두 개의 병원이 영안실로 변하면서 새로운 야전 병원을 설치해 달라고 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대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오랜 기간 대립해 온 리비아의 양대 정부도 구호를 위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후 무정부 상태에 놓인 리비아는 현재 유엔의 인정 아래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하는 통합정부(GNU)와, 동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국민군(LNA) 등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두 정부 대표가 모두 국제 원조를 요청했으며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사회는 서둘러 리비아에 구호팀을 급파하고 있다. 알가이티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카타르에서 보낸 구호팀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리비아 통합정부(GNU)는 12개국이 리비아에 구호팀과 복구팀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요 도로와 다리가 홍수로 파괴되면서 구호 물자와 인력이 데르나로 접근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로 도시가 반으로 갈라지는 바람에,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려면 100㎞를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인구 10만명의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는 지난 10일 리비아 동부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 대니얼로 인근 댐 2개가 붕괴되면서 최악의 홍수에 직면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9132045005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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