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러시아, 대북 제재 손 댈까 못 댈까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예상대로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당장 필요한 탄약 등 무기를, 북한은 식량과 함께 군사 정찰 위성이나 핵 잠수함 관련 기술을 얻게 될 걸로 보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회담에 앞서 북한을 향해 유엔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러시아는 왜 이런 얘기를 꺼냈고 또 이런 조치가 실제 가능하기는 한 걸까요?
러시아 측 "우리가 왜 대북 제재를 지키고 있나"
이 신문에 실린 러시아 외교·국방정책협의회 의장의 말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그는 "우리가 왜 이 제재를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지금 국제 관계 시스템 전체가 완전히 대혼란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유엔 제재에 투표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가 던진 표를 취소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대북 제재 완화 꺼낸 이유…가능할까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건 북한에 대한 호의 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회담의 의제로 알려진 양국 간 무기 거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 판매, 이전이 모두 금지돼 있습니다. 또한 우주발사체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어떤 형태의 대북기술협력도 금지돼 있습니다. 미국이 지적했던 것처럼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군사기술 거래에 나설 경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앞서 러시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이 북한 포탄을 제공받은 바 있지만 이건 용병기업과 북한 간 거래로, 러시아 정부가 직접 구매한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러시아 정부 개입이 있었을 걸로 추정되지만 명목상으로 나마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협력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러시아 측에서 결의안 채택 당시와는 국제 정세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결의안 취소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미국 vs 러시아 대결 구도 속 승자는
러시아가 실제 대북 제재 완화를 공식화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만큼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재편을 외치고 있는, 다시 말해 다른 형태의 리더를 자처하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무작정 깨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이 북한 도발 때마다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안보리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놓고 보면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자국 안보를 앞세운 강대국 간 힘겨루기가 낳은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전쟁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가장 크겠지만 이번 전쟁으로 체면을 구긴 러시아 역시 타격이 작지 않습니다. 이런 대립 구도에서 가장 득을 보는 건 누구일까요?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북한도 그중 하나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절치부심하다 다급해진 러시아가 손을 내밀면서 목말라했던 군사 기술과 첨단 무기, 나아가 대북 제재 약화까지 노릴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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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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