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아이유…"21세기 韓 대중음악이 낳을 수 있는 마지막 '국민가수'"
음악 전문가 9명에게 듣는 아이유 데뷔 '15주년' 의미·대표곡들
공연 실황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개봉
23~24일 첫 팬콘서트 '2023 아이유 팬 콘서트 - 아이+유니버스' 개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이유(IU·이지은)가 오는 18일 데뷔 15주년을 맞는다. 그녀가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가수'가 된 지난 15년의 시간은 우리 대중음악계 관념·통념을 뒤흔든 뮤즈에게 바친 세금과도 같다.
중3이던 2008년 9월18일 엠넷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미아'로 데뷔했다. 기타 등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가창력을 갖춘 '소녀 가수'로 주목 받았던 아이유는 점차 인지도를 높이며 아껴 듣는 음악들을 부르고 만들어왔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작가적 특질까지 갖추게 됐다. 마침내 작년엔 국내 여성 가수 처음으로 올림픽공원 주경기장에 입성하며 명실상부 대형 가수로 거듭났다. 아이유의 가치는 싱어송라이터 이상이다. 주경기장 콘서트가 그 증거인데 대형 프로덕션을 이끄는 기획자로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배우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최고다 이순신'(2012), '프로듀사'(2015),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2016), '나의 아저씨'(2018),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도 공인됐다. 특히 작년엔 영화 '브로커'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제 27회 춘사국제영화제', '제 4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 이어 '제 42회 황금촬영상영화제'에서도 신인여우상을 받아 신인상 3관왕을 달성했다. 팬덤 유애나와 함께 하는 꾸준한 기부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도 다한다.
특히 올해 만으로 서른 살을 맞이한 아이유는 기적이 우리 일상에서 멀지 않음을 보여주는 스타다. 오랜 기간 개방 이관증을 앓고 있다는 걸 숨기고 혼자만의 싸움을 해온 그녀는 좋은 가수는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앓아본 가수라는 것도 증거한다. 그 만큼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아이유가 더 믿음직스럽다. 정답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게 아니라, 해답을 같이 찾아나가는 사람이니까. 노래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노래 하기 때문이다.
최근 첫 디어아트 전시 '순간,(Moment,)'을 성료한 아이유는 데뷔 15주년 기념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CGV에서 개봉한 그녀의 공연 실황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는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오는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여는 첫 팬콘서트 '2023 아이유 팬 콘서트 - 아이+유니버스(I+UN1VER5E)'는 단숨에 매진됐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②▲좋은날 : 아이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한 영원한 히트곡이다. '3단 고음'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 정도로 충격을 안긴 곡이다. 이후 당시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아이유의 작품에 참여하여 놀라운 완성도를 선보였다. ▲너의 의미 : 전세대에 소구할 수 있는 아이유가 '꽃갈피' 리메이크 앨범으로 완성됐다. 청년층에게 인기있던 아이유가 진정한 '국민 여동생'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2010년대 말 레트로 열풍을 예견한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바이닐 반의 천문학적인 가격이 그 가치를 증명한다. ▲러브 포엠(LOVE POEM) : '러브 포엠'은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만개를 알리는 앨범. 2010년대 초 아이유의 정규 앨범에서 볼 수 있었던 대곡이 등장했으며, 간결하고 트렌드를 관통하는 타이틀 곡이 있었다. 그 중 (더블 타이틀곡 중 한곡인) '러브 포엠'이 중요하다. 2019년 말은 설리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고 모두가 슬픔에 잠겨있던 때였다. 여성 가수로, 유명인으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아이유가 거듭 어두워지고 삭막해지는 청년 세대에게 함께 살아가자고, 희망과 힘을 불어넣은 곡이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일일공일팔 콘텐츠본부장)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② ▲너랑 나 : '좋은 날'과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와 '라일락' 사이에서 영원히 달콤하게 울려 퍼질, 오직 아이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상의 순간. 김이나 작사, 이민수 작곡, 아이유 노래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기도. ▲밤편지 : 국민 여동생, 히트곡 메이커, 논란의 중심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소음에서 벗어나 노래 안에 담긴 풍경과 감성을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보컬리스트가 됐다는 증표 같은 곡. 작사가로서의 아이유의 재능이 빛을 발한 대표곡으로서의 의미도. ▲이름에게 : 특정 대상이나 세대가 아닌, 더욱 크고 넓은 감정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대형 가수로의 성장을 증명하는 곡. '2017 멜론 뮤직 어워드'(MMA)에서 아이유가 이 곡을 부르던 순간은 2010년 대 한국 대중음악의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을 것.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
②▲좋은날 : 아이유를 대중들에게 알린 곡이다. 지금 다시 보면 어색하지만 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러브 포엠 : 아이유의 대표곡은 아니겠지만 아이유가 윗세대의 어떤 싱어송라이터나 보컬리스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뮤지션임을 부정할 수 없게 하는 명곡이다. ▲개여울 : 이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를지 몰랐거든요. 리메이크 음반에서 더 사랑받은 노래는 다른 곡이지만 의외의 선택이자 예상을 깬 결과물이라고 느꼈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이재은 프리랜서 PD(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②▲좋은 날 : 아이유의 커리어 초기, 많은 대중에게 가 닿을 수 있었던 곡이다. ▲밤편지 :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의 감성과 정체성을 가장 잘 담아낸 곡이라 생각한다. 서정적인 기타 선율에 더해진 아이유의 목소리와 가사, 그리고 숨소리와 정적까지 담아내는 섬세한 표현력.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를 노래로 설명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라일락 : 10년이 넘어도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춤을 추는 아이유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예쁜 포장지에 넣어 고이 접어 보내는 노래로, 아이유와 함께 성장해 온 세대의 청자라면 행복한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곡이다.
임희윤 음악전문 기자(희미넴·Yuni Lim)
조혜림 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
②▲미아 : 통기타를 메고 아이돌이 아닌 새로운 존재를 꿈꾸며 나타난 애띤 소녀의 등장. 모든 이들의 주목을 이끄는 화려한 데뷔는 아니었지만 뻔하지만 뭔가 조금 독특한 소녀감성과 호소력,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아이유의 비기닝. ▲팔레트 : 아이유의 완전한 변화의 시작이자 앞으로의 그녀만의 새로운 유니버스가 창조됨을 선언한 곡인 팔레트. 어리고 당찼고, 사랑받았던 여동생이었던 자신을 추억하며 아름답게 보내주고 이제 확고한 자신만의 취향과 자신이 그려갈 다채로운 컬러의 스펙트럼을 팔레트에 담아 표현했다. ▲라일락 : 아이유의 마지막 20대를 떠나보내는 독특하고 진한 향을 품은 꽃 라일락. 그녀의 뜨거웠던 사랑과 이별, 성장과 아픔, 수많은 변화들 속에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까지 펼쳐보인 라일락은 사랑스럽고도 찬란한 과거를 향한 송가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②▲좋은 날 : 아이유 커리어 초반의 정체성을 결정지음과 동시에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게끔 한 결정적인 곡이었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간점에 있던, 다소 애매했던 포지셔닝을 역이용한 곡이기도 했다. 후크송이 난무하던 당시 경향과는 다른 스케일 큰 현악 세션과 단단한 가창력으로 세대를 불문한 큰 인기를 누렸다. 아직도 아이유하면 '국민 여동생'이나 '3단 고음'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두 키워드 모두 이 곡을 거쳐 정착한 만큼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중요한 곡 중 하나로 뽑기에 손색이 없다. ▲밤편지 : 한국대중가요사 중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아이유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노래다.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경험을 빌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숙면을 빌어주는' 유려한 언어들. 기교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실어낸 진실된 가창. 순간의 폭발력을 지향하는 타 가수들과 달리 잔잔함 가운데 영원의 지속성을 부여하고, 삶에 정착하는 '음악'의 소중함을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새겨내고 있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이 노래가 세레나데인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자장가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가 던지는 메시지가 각자에게 있어 자신만의 싹을 틔우는 씨앗의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세월과 거리를 둔 덕분에 3년 연속 멜론 '연간차트' 진입, 2010년대 '연대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그 업적은 꾸준히 축적돼 왔다. 언제 들어도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노래라는 건 의외로 흔치 않기에, 이 노래가 시간이 갈 수록 더 조명받고 있지 않나 싶다. ▲너의 의미 : 이 곡을 통해 세대간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하면 과언일까. 하지만 이 곡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다시 부르기'에 그치지 않고, 원곡의 감성은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색을 부여하는 어려운 작업을 훌륭히 해낸 곡이다. 안 그래도 무거웠을 '산울림'이라는 그림자를, 결국 자신의 음악을 더욱 많은 곳에 퍼뜨리는 '조력자'로서 품어내는 그의 역량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던 곡이다. 중장년 층에게는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입문곡으로, 젊은 층에게는 옛 가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던 매개체로서 작용하며 단순한 '히트곡' 이상의 역할을 해낸 노래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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