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능선 특집] 공룡 등에 올라타는 3가지 비법
공룡능선은 길이 5km에 불과하지만 온통 바윗길이고 오르내림이 많아 여간한 5km 산행의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공룡능선까지 접근하는 산행을 포함하면 아무리 짧아도 15km 이상 된다. 다만 공룡 자체로도 어려운데, 모처럼 설악산을 찾은 욕심에 이런저런 코스를 추가하면 더 어려워진다.
쉽게 타는 법은 결국 더 어렵게 만들지 않는 것. 정상에 오른 후 공룡능선을 주파하거나, 서북능선과 공룡을 한 번에 주파한다거나, 백두대간 완주 미명하에 비법정인 마등령~황철봉(1,379m)~미시령을 무리하게 당일에 시도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인터넷 SNS 탓에 오색~대청봉~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 19km 코스를 보통의 당일산행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초보자일수록 국내 산을 쉽게 보는 경향이 짙다. 인터넷으로 멋진 풍경 사진만 보고, 얼마나 어려운지, 내 체력으로 갈 수 있는지는 계산하지 않는 것.
국립공원 직원 말에 따르면, "초보자가 장비 없이 무작정 운동화 신고, 설악산 유명세만 보고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1980~1990년대에는 지금처럼 휴일이 많지 않고, '하면 된다'는 식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문화가 있어 무리한 산행을 '극복을 통한 등산의 가치'로 보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하루에 최대한 많은 걸 보겠다는 '본전 찾기 심리'가 아니라,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깊이 있고 안전하게 음미하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한 때다.
오색을 들머리(산행 출발지)로 삼는 것은 초보자는 지양해야 한다. 가파른 돌계단을 3시간 이상 올라 대청봉 정상에 닿은 후 희운각에 내려서면, 체력적으로 한계에 이른다. 여기서 공룡능선을 타는 건 무리다. 희운각대피소 혹은 중청대피소에서 1박 후 다음날 공룡을 타는 것이 안전하다.
설악산국립공원 홈페이지는 '탐방코스 안내'에서 공룡능선을 클릭하면 설악동(소공원)을 출발해 비선대를 거쳐 마등령에 올랐다가, 공룡능선을 주파해 희운각에서 대청봉에 올라 오색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국립공원에서 단 하나의 코스만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이 공룡능선과 대청봉을 거치는 난코스 중의 난코스를 알려 주고 있다. 초보자 입장에선 '공룡능선을 가려면 이 코스가 기본이구나'라고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공룡을 거치는 설악동 원점회귀 산행이 20km인데 반해, 오색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19km로 짧아서 그리했다면, 산의 'ㅅ'도 모르는 공단 직원의 탁상행정이다. 거리가 짧아도 산행 난이도가 큰 차이가 나는데, 비선대에서 마등령을 오르는 3.5km는 전체 국립공원에서 손꼽힐 정도로 가파르고 힘든 구간이다. 헉헉거리며 마등령에 올라오면, 희운각까지 5km의 국립공원에서 '매우 어려움'으로 분류한 공룡능선길이다.
힘겹게 희운각대피소에 닿으면, 대청봉까지 고도 600m를 높이는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린다. 대청봉에 올랐어도, 오색으로 하산하는 5km의 가파른 돌길은 다리 풀린 초보자들이 각종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 시간이 초과되어 어두워졌다면 그야말로 안전이 위협 받는 상황인 것. 국립공원에서조차 공룡능선을 일부러 어렵게 가도록 유도하며, 공룡능선과 정상을 당일에 거쳐야 하는 것처럼 오해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행하는 등산 동호인에게도 공룡과 대청봉을 모두 거치는 당일산행은 무척 어렵다. 해외 고산등반을 바라보는 산악인이라면 당연히 그리하겠지만,초보자에게는 더 안전하고 쉬운 코스를 소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첫 번째, 가장 일반적인 공룡능선 산행 코스는 설악동(소공원) 원점회귀다. 20km로 길지만, 비선대까지 평지에 가까운 수준이며, 희운각까지도 어렵지 않음을 감안하면, 11km는 쉽고, 9km만 신경 쓰면 된다. 거의 모든 코스가 어려운 공룡~대청봉 코스에 비하면, 대중적인 공룡능선 종주 코스로 꼽을 수 있다.
두 번째, 좀더 쉬운 코스로 오세암을 거치는 코스를 꼽을 수 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이어진 3.5km 길은 무척 가파르고 길도 희미하다. 반면 마등령에서 오세암은 1.4km로 짧고 데크 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어 보통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세암에서 영시암까지 보통 난이도 2.5km 산길과, 백담사까지 이어지는 평지에 가까운 3.5km 숲길은 편안히 산행을 마무리하기에 알맞다. 백담사에서 주차장이 있는 백담탐방지원센터까지 7km 구간에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8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행(2,500원 30분 간격)한다. 버스로 20분, 걸어서 2시간 걸린다. 설악동~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오세암~백담사 코스는 21km이다. 버스 문의 백담향토기업(033-462-3009).
세 번째, 더 쉽게 공룡을 타는 방법도 있다. 대피소에서 1박하는 것. 금요일과 토요일 대피소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지만, 2~3일 전에 예약 취소표가 나오는 일이 잦다. 특히 경쟁이 덜한 양폭대피소, 희운각대피소, 수렴동대피소는 상대적으로 예약이 수월하다.
산행 첫날 희운각 또는 양폭대피소에서 1박 후 공룡능선 시작점인 신선대에 올라 일출을 보고, 산행을 하면 훨씬 쉽다. 설악동 원점회귀의 경우 첫날 희운각까지 8.5km를 걷고, 둘쨋날 설악동까지 11.5km를 걷는 것. 수렴동대피소 방면도 이용자가 드물지만 오세암에서 1.4km만 고생해 오르면 마등령에 닿을 수 있고, 공룡을 마친 후 천불동으로 비교적 편히 하산할 수 있다.
산행 방향은 어느 쪽이 확연히 쉽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완만하게 올라 가파르게 하산하는 걸 더 쉽게 여기는 이들이 많음을 감안하면, 천불동계곡으로 올라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하산하는 것이 더 쉽다.
공룡 쉽게 타는 법, 간단하다. 첫째 대청봉이 아닌 공룡만 탄다. 둘째 오세암으로 하산한다. 셋째 대피소에서 1박한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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