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마침내 증명했다', '101㎞ 커브+환상 제구'로 극찬 세례... 36세 베테랑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2구만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수술 전 류현진은 QS를 밥 먹듯이 했지만 돌아온 뒤엔 달랐다. 8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ERA) 2.93으로 뛰어난 성적을 그리고 있지만 8번째 만에 드디어 QS를 기록했다.
지난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이후 4경기 연속 피홈런을 내줬으나 6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게 더 값졌던 경기였다.
경기 내용은 더 뛰어났다. 최저 시속 63마일(101.4㎞)의 느린 커브를 16구(20%) 구사했고 평균 88.9마일(143.1㎞) 포심 패스트볼은 25구(30%), 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커터)를 18구씩(각 22%), 싱커도 5구(6%)를 섞었다.
현지에서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류현진은 충격적인 시속 63마일 이퓨스볼을 떨어뜨리며 너새니얼 로우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류현진이 선보인 극단적 구속 차이에 정신을 못차린 로우가 덕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표정은 진풍경기었다"며 "류현진은 마치 타격 연습이나 소프트 토스를 할 때처럼 공을 던졌고 스트라이크 존을 높게 벗어나는 것 같던 공은 마지막엔 완벽하게 존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로우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생히 복기했다.
또 다른 매체 'BVM 스포츠'는 "류현진이 느린 공으로 텍사스 타자를 기절시켰다. 상대를 압도하는 교묘한 투구 스타일은 (로우를) 바보처럼 보이게 했다"고 했고 '더 컴백'은 "류현진은 결코 강력한 투구 스타일을 보이지 않았지만 수년간 리그에서 뛴 투수들처럼 영리한 투구를 펼쳤다. 매우 존경할만했다"며 "최근 몇 년간 모든 것이 속도로 강조됐다. 이런 느린 커브볼은 사라졌던 일종의 예술과 같다. 2023년 그런 투구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고 호평했다.
문제는 류현진이 6이닝을 버틴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클리블랜드전을 시작으로 류현진이 물러나기만 하면 불펜진이 실점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지 토론토 스타는 "결과는 토론토가 원하던 게 아니었지만 패배의 책임을 류현진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며 "2022년 5월 20일 이후 그의 첫 QS였다. 이번 시즌 35이닝을 투구한 류현진의 ERA는 2.93이라는 인상적인 수치를 기록 중"이라고 칭찬했다.
팀 성적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은 건 분명하다. 토론토는 80승 65패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11.5경기 뒤진 3위다. 2위 탬파베이 레이스엔 2.5경기 밀려 있다. 와일드카드를 통해 가을야구를 바라봐야 하는데, 여기서도 텍사스(80승 64패)에 0.5경기 밀려 2위 자리를 내줬다.
류현진은 "텍사스에 2연패 한 건 이해할 수 있다. 경기의 일부"라며 "내일은 또 다른 경기가 열린다. 내일 경기에 더욱 집중해서 잘해야 한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팀은 물론이고 류현진 개인적으로 승리를 보태지 못한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만 6이닝을 소화했고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증명해냈다. 부상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였던 몇 개월 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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