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동 연안 - 따개비, 너의 의미[박수현의 바닷속 풍경](36)
조간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대상이 따개비다. 따개비류의 몸은 삿갓 모양의 단단한 석회질 껍데기에 덮여 있다. 일생을 한자리에 붙어 산다고 해서 따개비의 삶이 단조롭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따개비는 공기 중에 노출됐을 때는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입구를 꼭 닫고 버티다가, 몸이 물에 잠기면 순간적으로 입구를 열어 넝쿨같이 생긴 여섯 쌍의 만각을 휘저어 바닷물이 옮겨온 플랑크톤을 잡아챈다. 입구를 여닫고, 만각을 휘젓는 일련의 동작에는 상당히 민첩한 패턴이 있다. 파도에 물이 밀려오는 방향으로 한번 휘저은 다음 만각을 180도 돌려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을 향해 다시 휘젓는다. 대충 휘젓는 게 아니라 만각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모양새가 손으로 플랑크톤을 잡아채는 듯하다. 대개 사람들은 따개비의 모양 때문에 연체동물에 속하는 조개류로 생각한다. 그러나 따개비는 만각에 있는 마디 때문에 새우나 게와 같은 절지동물로 분류한다.
따개비는 다소 성가신 존재일 수 있다. 물놀이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올 때 따개비의 날카로운 껍데기 때문에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선박 밑바닥에 달라붙는 바람에 선체 저항을 높여 선박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박에 따개비가 붙지 못하도록 유독 성분이 함유된 선박용 페인트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규제되고 있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따개비는 고마운 존재였다. 가을걷이 후 봄보리가 날 때까지 굶주리던 ‘보릿고개’ 때 갯바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따개비는 갯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던 동반자였다. 굶주리던 시절 먹던 것이 향수를 불러오는 음식이 되듯, 해안가 주민들에게는 갯내음 시원한 따개비밥과 따개비국은 미각을 자극하는 특산물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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